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 숲 May 10. 2020

봄비가 날린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따라 걸으며 초록의 숨소리를 맡습니다



봄비가 차갑고 가볍게

날린다


나무의 어깨에 앉았다가

마른 껍질 속으로 스며드니

거칠한 껍데기가 들썩들썩 거리며

숨을 쉰다


흙도 갈증을 풀고

젖은 낙엽을 덮고 숨을 쉰다


버석거리던 내 마음에도

천천히 스며 먼지 날리는 상념을 재우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우산을 쓰고 걸어도

흠뻑 옷이 젖은 아이의

입김이 푸르다


어쩌면 봄비는

어떤 사명을 가지고

내려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이 피클을 담그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