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따라 걸으며 초록의 숨소리를 맡습니다
봄비가 차갑고 가볍게
날린다
나무의 어깨에 앉았다가
마른 껍질 속으로 스며드니
거칠한 껍데기가 들썩들썩 거리며
숨을 쉰다
흙도 갈증을 풀고
젖은 낙엽을 덮고 숨을 쉰다
버석거리던 내 마음에도
천천히 스며 먼지 날리는 상념을 재우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우산을 쓰고 걸어도
흠뻑 옷이 젖은 아이의
입김이 푸르다
어쩌면 봄비는
어떤 사명을 가지고
내려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다니며, 일상을 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시와 에세이로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