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캠핑이 주는 위로에는 큰 힘이 있습니다.
어느새 10년 차 캠퍼가 되고 보니 캠핑에서 소소한 취향이 생겼다. 지친 몸과 마음을 고요한 산으로 데리고 가서 그만하면 되었다고, 괜찮다고 산의 위로를, 숲의 위로를 듣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의 토닥임을 듣다 보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의 휴양림은 조용하다. 또한 밤 10시 전후로는 텐트의 불빛들을 낮추거나 소등하는 분위기라 고즈넉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일까. 그런 그런 차분한 시간들이 나에게 쉼을 안겨준다.
자연휴양림에서의 캠핑은 미니멀을 지향한다. 그것은 휴양림 내의 조용한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데크 크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휴양림 데크는 크기가 대부분 크기가 작은 편이어서 큰 텐트들은 올리기가 버겁다. 그래서 나는 우리 네 식구가 누우면 딱 맞을 정도의 작은 소형텐트를 가지고 다닌다. 텐트가 작다 보니 캠핑 장비들도 간단한 것들로, 가서 해 먹는 음식들도 가볍게 휘리릭 만들 수 있는 걸로 가져간다. 짐이 적으면 숲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진다. 숲이 주는 즐거움을 좀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숲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들숨과 신선한 숲의 공기가 들어오고 나면 몸안에 머물렀던 나쁜 기억과 상처들이 날숨에 모두 나가버린다. 그래서일까? 무척 상쾌한 기분으로 나무와 풀들과 이름 모르는 들꽃들을 살피며 산책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산책을 하다가 눈여겨 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올챙이를 잡는 아이들 곁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책을 한참 읽은 것 같아도 하늘을 보면 아직 해가 기울기 전이다. 그럴 땐 텐트로 돌아가서 한 숨 잠을 청해 보기도 한다. 텐트 안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오면 제법 낮잠을 길게 자기도 한다.
숲에서의 깜박 잠이 들었다면 무언가 잡았다는 꼬마들의 흥분에 눈이 떠진다. 작은 아이의 손에는 귀여운 메뚜기가 앉아있거나 가끔 사슴벌레가 잡혀주기도 했다. 어느덧 해 그림자가 늘어나고 슬슬 저녁 준비를 한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밥솥의 압력추가 '쉬쉬'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구수한 밥 냄새가 나를 돌고 산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숲에서는 무얼 먹어도 참 맛있는데 직접 지은 솥밥의 맛이란! 늘 감동하고 만다.
이윽고 산이 어두워지면 따뜻한 차를 데워 마신다. 가끔 운이 좋은 날에는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한없이 구경하기도 한다. 산에서는 한여름도 선득한 바람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바람이 서늘해지면 별보기를 마치고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각자의 침낭 속에 몸을 누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꼬마들은 침낭을 번데기라고 부르면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낸다.
그렇게 숲에서의 근사한 시간들이 채워진다. 숲은 어둠이 빨리 내리지만 아침도 빨리 찾아든다. 산새 소리가 가득 퍼지면 아침이 밝은 것이다. 기지개를 피고 좁은 텐트를 나왔을 때 맞이하는 숲의 모습에서는 언제나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의 고됨을 버티는 있는 힘을 충전한다. 그러다 다시 내 몸안의 공기가 탁해지고 시끄러워질 때 나는 언제나 자연의 고즈넉한 품으로 걸어 들어간다. 자연 속 캠핑이 주는 위로를 받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