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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작쟁이 Jul 14. 2023

고백

멀고도 가까운

입 밖으로 꺼내고 나서야 확신했어요.

제가 그리는 먼 미래의 모습이 [사회적인 성공]은 아니라는 것을요.



한 달에 한 번 받는 심리상담은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곡해한 것들을 한 꺼풀씩 벗겨내는 시간입니다.

말에는 큰 힘이 있어서, 생각한 것을 말로 뱉기도 하지만 자주 하던 말 대로 생각이 굳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굳어진 자신의 탈을 스스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죠. 저는 심리상담 덕에 한 달에 한 번, 타의로 거울을 비춰봅니다.



지난달에 10년 후의 내 모습 그리기 숙제를 받았거든요. 그것에 대한 대화 중 나온 이야기입니다.

스스로에 대해 "전 큰 꿈은 없거든요."로 시작한 저의 말에 상담선생님의 눈이 왕 방울만 해지는 걸 보곤 뒤에 덧붙인 말이었어요.

"아,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꿈이요."

저의 그 말에 선생님은 "그래요, 사회적인 성공이요! 그건 OK! "라고 대답하셨답니다.


음, 제가 꿈꾸는 <가족끼리 화목하기, 특별한 이슈없이 평온한 일상유지하기>는 꽤나 높은 목표였나 봐요. 물론 저도 조금 눈치를 채긴 했었어요.

가족에 대한 결핍을 지닌 제가 높은 이상을 가졌다는 걸요.


그간은 용기가 없었어요.

"저는 소박하고 그릇이 조그맣고 현실을 비롯해 꿈조차 자본주의 사회에 걸맞지 않고, 사실은 오히려 근대의 기조에 역주행하는 인간입니다."

라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박박 우겼어요.

한국사람으로 살면서 차도와 인도에 각각 한 발씩 걸치고 정상과 비정상을 넘나들며 겁나 뛰어왔던 사람으로서 자신을 속이고 고쳐서라도 정상인간(?)이 되고 싶었답니다.


나의 꿈은 한량이었다며, 진작에 고백했던 사람치고는 미련한 행동이었지요.  자신을 파헤치고 들여다본 결과가 한량 나부랭이었다니, 그때의 치욕이란.... 크흡..


하지만 그것이 저의 알맹이인 것을 더는 부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것이 자기 자비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인 저도 조금 더 편해지길 바랍니다. 아이들 눈에 조금 더 안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요. 역시 아이들이 엄마를 키워요.

오늘도 엄마는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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