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파묻혀 있으면서도
나는 거기에 스며들지 못한 채,
물과 기름처럼 층층이 사이에 끼어
어쩔 줄 몰라 할 때가 있다.
해야 할 일 리스트를 하나씩 지우고,
배가 고프면 오늘은 뭘 먹을까 잠깐 고민하고,
알람이 울리면 아이들을 데리러 시동을 건다.
착실하게 움직이는 하루 속에서도
문득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마음'은 장기가 아니다.
공허함은 어쩌면
뇌가 만들어낸 관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뇌의 어느 부분이 문제일까 생각하다가,
아, 나는 뇌가 아픈 사람이었지하고
문득 깨닫는다.
하필이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곳이 아파서는
나아도 얼만큼 나았는지 알 수가 없고,
어지간히 아파도 아픈 티가 나지 않아
자주 엄살쟁이라는 누명을 쓴다.
그 누명을 씌운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내가 시골에 사는 것은 축복이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초록이
마치 내게 수혈을 해주는 것만 같다.
푸른 생명력에 둘러싸인 채
나는 오늘 하루도 살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