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마음: 여유

by 시작쟁이

요즘의 일상은 이렇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

저는 아침밥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머리를 묶고 옷을 갖춰 입습니다.


부엌에서 종종 대다 보면

말끔하게 변한 둘째가

도도도 달려와 제게 폭 안깁니다.

하루에 반짝 행복이 찾아옵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첫째도 슬며시 곁에 섭니다.

그럼 양팔로 첫째도 꽉 안아준 후

입을 삐죽이는 둘째도 함께 안습니다.

이럴 땐 팔이 두 개인 게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후부턴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재잘대는 입에 음식을 넣어주고

영양제도 챙겨줍니다.

엉덩이를 토닥이며 양치하라 재촉하고

마스크를 씌워 아이들을 현관으로 몰아냅니다.

어느새 묵직해진 첫째의 책가방에

제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세 반짝이들이 문밖으로 떠나면

이제부터는 저의 시간입니다.

먹은 그릇을 치우고

식탁 위 부스러기를 닦고 나면

믹스 커피를 한 잔 들고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오늘의 외주 원고 리스트를 적고

어제 다 못 본 동영상 하나를 틀어두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초고가 끝나면 동영상은 끕니다.

이제부터는 집중을 해야 하거든요.

문맥을 다듬고 단어를 바꾸고

원고마다 달리하는 분위기도 잡아줍니다.

어느 날은 일하던 도중에 점심을 먹고

또 어느 날은 다 끝내 두고 밥을 먹기도 합니다.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간단히 집안일을 합니다.



집안일은 참 신기합니다.

하려고 들면 끝도 없이 할 일이 많고

착실히 공을 들여도 큰 티가 나질 않죠.

다만 하지 않으면 큰 티가 납니다.

아무리 봐도 미스터리 합니다.



저는 집안일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해요.

그래서 15년 차 주부이면서도

절대 전업주부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건 어쩐지 전업주부에게 폐를 끼치는 느낌이거든요.

"내 주제에..."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알람이 울립니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요.



나를 살리는 이곳은 조금 외딴곳에 있어서

매번 아이들을 실어 날라야 합니다.

하루의 허리를 툭 잘라내는 일이라

조금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요.

이것이 나의 선택이고

아이들이 자주 웃으니

저도 같이 웃습니다.



오늘은 원고가 조금 빨리 끝났습니다.

아마도 제시간에 자고 제시간에 일어난 덕인 것 같습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새벽에 방황하는 일이 조금 줄었습니다.

이 연재가 끝날 즈음,

나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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