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를 살리는 심리상담 이야기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고난을 만날때, 꽤나 유용한 극복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감사'이다.
이런저런 시련이 닥쳐올때마다 나는 신에 대한 믿음과 감사로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경험적으로 터득한 방법인줄 알았는데 유튜브를 보다가 암환자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영상들을 보게 되었다.
"암에 걸렸는데 뭐가 감사하죠?"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분은 이렇게 말헀다. 암은 갑작스런 죽음이 아니라고. 사고나 뇌출혈 처럼 어느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말기 암이라도 얼마간은 신변을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할 시간이 있다. 그런 점은 암 환자가 감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가지 암은 지나치게 오래 앓지 않는다고 했다. 만성 치매나 파킨슨처럼 오랜 세월을 투병하지 않고 말기가 된 경우는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어쩌면 감사란 열심히 감사할 거리를 찾아야 나에게 오는 선물일 수도 있다.
나는 암에 걸린 것이 감사하다.
우선, 일찍 건강관리를 시작할 수 있어서이다. 건강에 자만하고 방심했던 내가 경각심을 가지고 몸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6개월 단위로 정기검진을 하니 다른 병도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이런 계기가 마련된 것이 감사하다.
다르게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동안 먹었던 해로운 음식들을 자제하게 되었고 일을 지나치게 많이 하지 않으려 하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견디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짧은 인생, 불필요한 시간을 쓰지 않고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살려고 마음먹는다.
주변 사람들이 소중해서 감사하다.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그리고 암에 걸린 이후 나는 한때 감정이 상해 거리를 두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삶에 원한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거 같다. 암으로 인해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고 관계가 회복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중에서도 남편의 재발견이 특히 감사하다. 남의 편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내가 아플때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고 내 가장 연약한 부분도 보여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힘이 약해지자 더 적극적으로 강해지는 남편을 보며 감사하고 뿌듯했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래도 내가 사는 지역에 유방암 전문 병원도 있고 대학병원도 있고 이름난 의사도 있었다. 그리고 여차하면 서울로 갈 수도 있고 꽤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이렇게 의료서비스가 괜찮은 나라에 사는 것도 감사하다. 암 진단 받으니 중증환자로 산정특례적용이 되어서 병원비도 5%만 내도 된다는 점을 알았을때 정말 '대한민국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차일피일 미루며 전환하지 않았던 1세대 실비보험 덕을 톡톡히 본 것도 감사하다. 물론 암보험은 아는 동네엄마가 보험사에 다닐때 들으라고 권했는데 그때 들지 않은 것을 쬐끔 후회했다. 하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이미 가진 것들이 충분함을 알게 되면 그걸로 족하다. 그게 감사한 삶이다.
암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어 감사하다. 예전에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며 상담실을 찾았던 젊은 여성분이 있었다. 그분은 두가지나 되는 암을 진단받고 투병중이었다. 그분의 고통을 이해하며 공감해 드렸지만 지금 다시 만난다면 진짜 절절히 공감할 수 있을 듯 하다. 치료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불안과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억울함과 분노는 어떠할지 이젠 내 삶 전체로 암환자들의 고통을 수용할 수 있을 듯 하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기꺼이 손을 잡아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암치료 기간 동안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암치료와 개인상담을 병행한 일은 정말 나에게는 신의 돌보심같은 기가 막힌 은혜였다. 두렵고 힘든 그 기나긴 터널을 빠져 나오는 동안 상담사는 정말 큰 힘과 위로, 지지가 되었다. 태산같이 버텨주시는 상담사 덕분에 나는 그 앞에서 마음껏 불안을 꺼내놓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눈물콧물을 쏟았다. 덕분에 나는 인생의 방향을 재편하고, '열심히 살기' 보다 '제대로 살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런 상담사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상담받은 내용을 브런치에 써도 될지 여쭤보는 연락을 드리자 답장이 왔다. "좋은 활동을 하시네요. 걱정 마시고 편히 쓰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 이렇게 감사할 수가 있을까. 나는 정말 행복하고도, 감사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