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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 아침편지112

2024.8.8 윤동주 <바다>

by 박모니카

단지 ‘입추’라는 절기 때문일까요? 어제 새벽과 다른 온도차이가 너무도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입추(立秋)의 한자어 뜻 말하기, 또 영어로 옮겨보기’ 등으로 사전포석을 깔고, 영어듣기평가를 했는데요.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유독 평가도 좋은 거예요. 그래서 바로 빨간색 원뿔 모양의 브라브콘을 쐈죠. 학생들은 냠냠, 저는 수다로 또 냠냠... 이런 때가 있으니 어려움이 있어도 이 일을 하나보다 싶었답니다.^^

퇴사를 하는 직원이 있어서 연금공단에 가서 처음으로 어떻게 연금이란 걸 받는지, 언제까지 내는 건지, 부부사이의 연금 수령은 또 어떻게 하는지 등등을 들었답니다. 담당자의 친절한 설명, 저의 부지런한 기록이 맞물린 상담... 둘이 얘기하다 보니, ‘천상 우리 나이는 아날로그세대 맞아요’ 라고 말하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답니다. 핸폰에 검색만 하면 다 읽을 수 있는 것을, 습관적으로 물어보고 받아쓰는 저를 보며,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처럼 느껴져서 더 열심히 설명해주셨나봐요. 공기관에 가서 정말 특별하게 느껴본 친절이었습니다.


저는 연금이란 걸 너무 늦게 넣어서 60세까지 넣고 또 3-4년 뒤에부터 받게 된다는 그 돈의 양이 매우 적지만, 그나마 그 나이에 일정한 금액을 받는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절대적수단이 될 수 있겠구나, 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겠구나 라고 새마음을 먹었습니다. 돈의 가치는 시대마다 달라도 분명 절대적 기준점이 있을테니까요.


어제는 문우께서 들고 온 이성당 팥빙수를 다른 때와 달리 남편에게만 먹으라고 주었습니다. 당연히 남편은 ‘선생님들 드리지’라고 했지만 왠지 어제는 팥빙수 속에 들어있는 노란 파인애플 조각을 보면서 순간 아빠 생각도 나고, 불편한 몸으로 학생 한 두 명 차량 운전해주는 남편이 안쓰럽게 느껴져서 선생님들 몰래 주었답니다. 저야 바로 수업에 들어갔지만 아마도 팥빙수의 향기가 더 달콤하게 느껴졌을거예요. ‘우리 각시가 왠일이지?’ 하면서요.~~~ 오늘의 제 수다도 여러분께는 시원 달콤한 팥빙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 윤동주시인의 <바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바다 – 윤동주


실어다 뿌리는

바람 조차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춤히

고개를 돌리어 뻐들어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海邊)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싯고 구보로.


바다는 자꼬 섦어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 ···


돌아다 보고 돌아다 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사진제공, 박지현 문우님... 고향 위도섬 앞바다의 형제섬, 저를 위해 멋진 사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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