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최승현 <세월은 몸으로 지나간다>
“지금처럼 일상이 폄범하길, 참을성과 끈기, 그리고 균형을 가지고 60세까지 쓰고 싶은 책 3권에 몰두하는 것을 잊지 않기를 희망합니다”라고 한강작가는 첫 공식석상에서 말했어요. 조용하고 차분하게, 기쁨도 담담하게 표현하는 그녀를 보면서 ’참 강한사람‘이라 생각했네요. 흔히 말하는 외유내강의 대표적 모델이 아닐까 라구요...
사람의 본성은 그 모습을 가늠할 수 없다지만, 언뜻 볼 때 세우는 기준으로 ’외유내강‘’내유외강‘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요. 저는 어떤 모습인지... 겉은 부드럽지만 속이 강한 사람을 칭찬하는 것을 보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겠죠?? ^^
하지만 일을 할 때 목표를 두고 말없이 실천해서 결과를 보여주는 사람들은 멋있지만, 마음을 두고 속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믿음이 가지 않는 편이죠. 제 주변에서도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거꾸로 저 역시 관찰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 어떤 풍경 보는 것 만큼이나 대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곤 한답니다. 그래서, 여행의 종류 중 최고의 것은 ’사람여행‘이겠지요. 참으로 알 수 없는 사람이 많은게 세상이치 인가봐요~~
줌(zoom) 수업 첫 번째 책으로 강독하고 있는 책 <어린왕자> 역시 사람여행입니다. 자신의 별을 떠나 지구에 올 때까지 여러 사람들을 겪는 내용이 단순한 삽화와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살았던 1930년대의 시대상을 지금과 비교해보면서 읽는 재미도 좋습니다. 우리 줌 회원들께서는 저보다 더 깊이 읽고 은유와 비유를 공부해오시니 더욱더 큰 배움의 자리입니다.
오늘은 물적으로 심적으로 맘이 편한 금요일... 책방지기 노릇 좀 하면서 읽고 있던 책들의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서 정진해야겠어요. 요즘은 눈 뜨면 거의 7시가 보이네요... 그만큼 밤이 길어진거겠죠. 잠 잘자고 소화 잘 시키는 것이 최고의 건강비법이구나 싶어요. 오늘부터 날씨가 급 하강한다지요. 따뜻하게 옷 입고, 따뜻하게 맛있게 드시는 시간을 곁에 두세요. 최승현 시인의 <세월은 몸으로 지나간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세월은 몸으로 지나간다 – 최승헌
몸을 보면 살아온 세월이 느껴진다
몸의 곡선마다 거미줄처럼 쳐져있는 세월의 길은
가로등하나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길이다
언제 저렇게 암울한 길을 더듬대며 여기까지 왔는지
힘겹게 걸어온 저 길이 매섭게 몰아붙였나 보다
세월은 소리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기는 습성이 있다
누가 살짝 손만 대도 선명한 자국을 드러낸다거나
뜨겁고 차가운 말에도 자주 몸에 금을 긋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세월은 몸을 통해 명줄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 살수록 몸이 보내는 신호는 많다
세월이 거름이 되었는지 몸 곳곳에 피어난 잡초들이
점점 제 영역을 넓히며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것도
기약 없는 만남과 이별의 길을 들락거렸던 흔적들이다
한 생애가 그렇게 온갖 몸살을 앓으며 지나간다는 것을
몸이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