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7 한강 <괜찮아>
풍경(風景) 속에 풍경(風磬)이 울리는 소리가 아름다운 계절을 꼽으라면 역시나 가을. 요즘은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나 깊어지는 가을 덕분에 마음심지에 피어오르는 향기도, 소리도 다채롭지요. 뒹구는 낙엽도 밟기보다는 손으로 부스럭 소리를 담고 싶고, 따뜻한 차 한잔 마실 사람을 찾고 싶고요. 아마 제 마음만 그런 것은 아닐 듯, 고요한 파문이 퍼져가는 새벽입니다.
요즘 주일에 두 서번씩은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으로 빨리걷기와 달리기를 하는데요, 사실 늦은 밤 수업 후 운동하러 가는 발걸음이 무겁긴 하지만, 일단 가서 발판에 올라서면 최소 1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다행히 같은 시간대에 EBS의 음식기행, 세계여행, 문학기행 등의 다큐 프로그램이 있어서 재밌게 보고 즐겁게 걷지요. 일거양득의 효과가 톡톡, 가성비도 굿굿굿!!
이렇게 양면의 효과가 있는 일상을 살아가려면 지난한 노동 속에 찾아오는 ’새참‘의 시간이 중요하지요. 저도 역시 짧은 토막 같은 시간을 하루 일상 곳곳에 한두 마디를 심어놓고,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활용할까 생각해보곤 하지요. 어제도 인생의 선배님들과 점심과 풍경 차를 마시며 그런 토막 시간 위에 그림 한 점 잘 그렸습니다.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은 겨우 1주일인데, 700날도 더 된 듯한 그 기쁨과 자금심이 계속되지요. 수상후 각 책방들은 책을 구할 수 없어서 총판에서도 신청을 지연시켰는데, 이틀 전부터 접수가능하다고, 이제 서서히 책이 오려는지... 어제 주문했던 책 10여 권이 먼저 와서 주문하신 지인에게 순서대로 드렸습니다.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책방의 도서구매율 절감하여 책값할인! 더 많은 분들이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할인값은 극히 소소할지라도 그 속에 담기는 독자들 마음의 양식은 차곡차곡 쌓여가길... 한강시인의 <괜찮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서천 이하복 가옥 초입 헛간에 열린 박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찾는 이들이 눈길을 사로잡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