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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19

2024.11.23 오기수 <홍시> / 정지용 <홍시>

by 박모니카

가을과일 중은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감’. 소위 떫은 감을 쌀보리 속에 넣었다가 하나씩 꺼내먹곤 했던 어린시절이 생각나네요. 요즘은 맛나고 보기좋은 감이 어찌나 많은지, 그 종류를 헤아리기도 어렵더라구요. 당도에 따라 단감과 떫은 감으로 나뉘고, 크기, 모양, 재질에 따라 연시, 대봉시, 홍시 등 다양한 이름들이 있지요. 다 특별하고 예쁜 이름이지만, ‘감‘이라 부르면 ’홍시‘라는 이름이 생각나는 것은 저만 그럴까요. 가수 나훈아도 노래 ’홍시’에서,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아이도 ’홍시‘가 특별했지요.

학원에 지인들이 주신 감들이 있어서, 어제는 학생가족 몇 분에게 나눠드렸습니다. ’감의 신의 선물이라 하니 가족끼리, 한점이라도 만찬을 즐겨보세요‘라는 멘트와 함께요. 저도 과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감‘, 그 중 찰지면서 물렁한, 당도 최상의 대봉시와 홍시를 즐겨먹지요. 친정아빠 생전, 늦가을, 집에 가는 길에는 언제나 아빠가 좋아했던 홍시랑 호떡을 사가곤했어요. 그러고보니, 그 사람을 보면 그 무엇이 생각나는 일도 참 중요한 일. 갑자기 남편과 애들은 무엇을 좋아할까 궁금해지는 군요.


오늘은 말랭이마을축제 11월잔지. 초등학생팀이 와서 시랑 그림이랑 그리는 체험도 하고요, 뽑기판을 이용해, 동시가 나오면 낭독도 하고요, 제 귀에 쏙 들어올 감정이 섞인 낭독학생에게는 특별상도 있어요. 참가자 모두에게 달고나를 준비해서, 달달하게 작은 잔치자리를 만들어요. 혹시나 이 글을 보고 학생들이 있으면 저 뿐만아니라, 다른 재밌는 프로그램에도 참석대보라고 추천합니다.


오늘도 예상했던 일 외에 어떤 멋진 일이 있을지... 모두가 다 제 맘의 그릇과 모양에 따라 멋진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결정되겠지요. 정말 ’제 맘에 따라서요‘ 어제 받은 붉디 붉은 단풍사진 한 장으로 주말가을여행을 대체하면서, 이번주는 붉은 단풍잎을 맘 속에 가득 깔아놓고 홍시 하나 물고서 푸른 하늘 바라보며 놀아보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보시게요^^

오늘은 오기수 시인의 <홍시>와 정지용 시인의 동시 <홍시>를 들려드려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홍시 – 오기수


감꽃이 핀다

봄비를 맞으며 풋감이 된다

몇몇 친구들은

꽃으로 감또개로 이사를 간다

이슬을 먹으며

따가운 햇살을 어루만지며

별과 달과 소꿉놀이 하다 보니

돌맹이보다 더 딴딴한

속이 꽉 찬 감이 된다

푸른 알통이 울퉁불퉁 생긴다

태풍을 밀치며 이리저리 파도타기를 한다

어느덧 찬바람이 분다

금세 얼굴이 빨개진다

그래도 곱게 나이를 먹었나 보다

까치가 날아온다, 무서워

바람을 불러 잎새 뒤에 숨는다

꼭지를 붙들 힘이 점점 빠진다

몸이 물러진다

벌겋게 익은 살갗에서 단물이 난다

땅에 떨어져

가을비에 씻긴다

아이가 웃으며 한입에 넣는다


홍시 - 정지용

어저께도 홍시 하나.

오늘에도 홍시 하나.


까마귀야. 까마귀야.

우리 나무에 왜 앉았나.


우리 오빠 오시걸랑.

맛 뵈려고 남겨 뒀다.

후락딱딱

훠이 훠이!

11.23 홍시.jpg
11.23홍시1.jpg

<떫은 대봉시를 달고단 홍시로 익히는 과정에...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재료가 큰 몫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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