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4 곽진구 <희망, 그 입춘사이>
사춘기(思春期)는 언제일까요.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과정, 흔히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자연적 특징이라고 하는데요. 현대사회의 빠른 속도 때문에 사춘기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서 평균 중고학생들에게 지칭되던 용어가 최근에는 유치원생에게까지 내려왔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학생을 만나는 직업이라, 맘과 귀 기울여 듣습니다.
문제는 아예 어린시절에 사춘기를 겪으면 그래도 나은데, 멀쩡히 부모말씀 잘 듣던 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제 인생을 혼자서 생각해보겠다고 한다고 어쩜 좋으냐고 한 학부모께서 울음섞인 상담을 하셨습니다. 저도 그 학생을 초등학생때부터 보았던 터라, 깜짝 놀랐지요. 성적은 늘 우수하여 항상 칭찬만 받던 학생이 어느 맘 속에 그리 엄청난 생각을 숨겨놓았을까요.
부모께서 한 발짝 뒤로 후퇴, 2월 한달동안 모든 공부과정을 멈추고 맘껏 제 시간을 가져보도록 결정했지요. 저도 역시 개톡으로 격려의 말을 했어요. 지금까지 넘치도록 열심히 바르게 살아왔으니, 고등학생 되기 전에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 그것이 게임이든, 멍 때리는 일이든, 그 무엇이든 다 좋으니, 부모님의 생각이 아닌 네 생각대로 생활해보거라. 결코 늦은 것은 없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전했답니다.
부모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지요. 왜 지금, 고등 3년만 잘 견디면 대학가는데... 라고 눈물지었습니다. 충분히 이해될고 말고요. 그래도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이니, 잘 지나갈거라고, 스스로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다고 선언한 꼴이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위로했어요.
2월 첫 날이라서 그랬는지, 기존학생, 신입학생, 등 상담에 수업에, 바쁜 하루를 보냈네요. 특히 중학시절 사춘기를 거치고나니, 학습기초가 완전히 꽝이라며 찾아온 예비고학생들...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맘 먹은 것만 봐도 대견.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니까요. 수다스런 원장을 만난 덕분에 아마도 재밌는 영어세상을 경험할거라고 격려했네요. 금주내내 춥다지요. 따뜻하게 보신하고 다니세요. 오늘의 논어구절은 과유불급(過猶不及) -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선진편 –입니다. 오늘도 입춘소재 시 하나 더 들려드릴께요. 곽진구시인의 <희망, 그 입춘사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희망, 그 입춘 사이 - 곽진구
겨울 내내 낡은 양철지붕은
펑펑 쏟아 붓는 함박눈을
잔치 집 밥상처럼 느긋이 먹어치우고선
입을 쓱쓱 닦고
그 자리에 하늘빛 고드름을 내어 달아
열두 가얏고 소리를
낙숫물과 함께 참 이쁘게 그려냈는데,
그 소리엔
막 글을 깨친
첫째의 책 읽는 소리도 함께 섞여 있어서
하루종일
듣기가 여간 좋은 게 아니었다
이런 날은
으레 일도 없이
빈둥빈둥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에게
그런 소리를
소중히 나누어 들으라고,
아내는 나를
무릎에 뉘여 놓고
오래도록
귓밥을 파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