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책방에서 편지를 쓰고나니 갑자기 집 생각이 났지요. 이사 후 짐정리가 안되어 어설프고 낯선 집.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방 한칸이라도 정리해야지. 사실 속내에는 선운사의 꽃무릇만개가 떠올랐지요. 그냥 꽃구경 간다 하면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미리 연막을 친 거예요. 글쓴다는 핑계로 이곳저곳을 다녀보고 싶지만 바쁜일정은 저를 놓아주지 않아요. 말 그대로 ’틈’을 타서 번개처럼 움직입니다. 짧은여행이었지만 오랜만에 남편과의 여행 속 대화도 즐거웠구요. 선운사에 도착하니 인파가 더 장관, 저희부부는 푸른하늘과 구름, 꽃무릇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찍어주었죠. 상사화의 일종인 붉은 꽃무릇은 꽃이 진 후에 잎이 돋아나니 서로 만나지 못하지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인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하지만 저는 여러분과 이룰 수 있는 만남을 기다립니다. 오늘의 시는 김하리 시인의 <상사화>.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