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3 채전석<나비나무>
삼사월 봄 벚꽃으로 만개했던 책방 앞 월명산등성이. 꽃에 취하고 달빛에 취해서 절로 신선인 줄 알았던 지난 시간들. 이제는 늦가을 잿빛구름과 단풍 은행 낙엽들로 물들었습니다. 제 몸 떨기로 다 내려놓는 낙엽들의 처연함과 애처로음이 거리마다 가득했지요. 그런데 퇴근길에 마주한 책방 옆 카페의 오래된 황금빛 은행나무를 보며 절로 환호성이 나왔습니다. 제 눈의 홍채는 가을빛을 얼마나 모았길래 이처럼 농익은 은행잎을 보여줄까요. 글 너머 있는 가을심상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제가 부끄럽네요. 주말 비바람에 은행잎이 다 사라질까봐 사진에 담고 친구와 가을 사진으로 남기자라고 약속했어요. 50대 끝자락에 노란 나비 하나 달고 순간을 일년처럼 살아보길 희망합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내려놓는 지혜를 가지라고 신호를 주는 은행나무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오늘의 시는 채전석 시인의 <나비나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비나무 - 채전석
은행나무는 걷고 싶었다
아니 날고 싶은 것이다
잎을 보면 안다
얼마나 날고 싶었으면
잎이란 잎은 모조리 나비로 만들었는지
한 곳에 뿌리 박혀
천년의 고독을 지켜낸 용문사 은행나무
해마다 봄이면 지심 깊은 곳의 물을 길어
가지마다 나비를 길렀다
어느 여름 바람 부는 날
수천의 나비떼들이 날아 오르며
허공 가득 날개짓 하는 것을 보았다
가을이 깊어가고 찬 바람 불자
지쳐 노랗게 말라가는 나비들을
은행나무는 놓아 주었다
하늘 가득 날으는 노랑나비, 나비떼들
이제 잎을 떨궈버린 나무는 빈 가지로 서서
긴 겨울 동안 또 날아 오를 궁리를 할 것이다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자여
힘들다고 쉬이 포기하지 말고, 절망하지 마라
천년을 계속하고도
한 겨울의 칼 바람을 빈 가지로 견디며
아직도 비상을 꿈꾸는
나비 나무가 있음을 안다면...
* 참고 *
최전석 시인은 지역시인으로 몇 해전 돌아가셨다네요. 어젯밤에야 이시를 읽었구요,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아침편지에 썼습니다. 희망의 수 많은 노란 나비가 은행나무에 살고 있었는데 멀리서만 희망을 찾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