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일 Oct 23. 2022

남자가 수다에 눈뜬, 그날의 진실 토크

한 달 전쯤 브런치에 ‘남자가 수다에 눈뜨면 생기는 일’이란 글을 올렸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그중에서 아무래도 중년 남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흥미로웠다.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 여가인 ‘오티움’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글을 쓰면서 내가 관심이 갔던 건

수다에 능한 여자들의 사는 방식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해지는 그들의 생존본능이랄까.

여자들은 인생 5학년 이후에

그들의 진정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건 아닌지 생각할 때가 있다.     

 

아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법을 보면

특히나 감탄할 때가 많다.

최근 들어서만 해도 벌써 몇 명인가.

그녀는 얼마 전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한 여성과

종종 만나 밥을 먹고 차도 마시며 시간을 즐긴다.

동네 요가반에서도 가깝게 말문을 튼 사람들이 늘었다.     


진짜 놀랄 만한 건 브런치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다.

글 친구로 댓글을 통해 우정을 나누다

직접 만나 밥도 먹고 집까지 방문할 정도로 친해지는 걸 봤다.

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 같은) 중년 남자라면 꿈에도 범접하지 못할 최강 고수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남자들은 대개 거나하게 술 한잔해야 친구가 된다.

나만의 경우일지 모르나, 지금 중년인 남자들은 그런 경우가 흔했다.

분위기 불콰할 때 형님 동생으로 말을 트거나 "친구 하자"며 반말이 나오면 대략 상황 정리 끝이다.

순식간에 끈끈해지고 평생 갈 것처럼 동지 의식이 진해진다.

술 취해서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외려 두고두고 무용담이나 화젯거리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이 실제로 끝까지 오래갈까.

나는 한때 ‘일로 만나 친구가 된다’라는 모토로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 인생 친구로 몇 명이나 남았는지 돌아본다.

60대쯤 되면 비즈니스 관계는 서서히 정리 수순에 들어서는 게 보통이다.

이제 시끌벅적한 파티는 끝나가고,

자신만의 '인생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명함과 연락처가 더는 인간관계의 보험이나 자산은 아니다.

대부분은 일 년 내내 연락 한 번 오가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최근 들어 내가 속한 중년 남자들의 단톡방이 확 달라졌다.

예전엔 모임이나 경조사처럼 특별히 연락할 일이 있을 때나 울렸는데, 요즘엔 일상을 나누는 모습이 부쩍 잦아졌다.

안부만 전하다가 자신의 인생 보따리를 조심스레 풀어놓는 경우도 있다.     

은퇴를 앞둔 소회를 담담히 밝혀 격한 공감을 일으키는가 하면, 추억의 노래를 큐레이션하며 음악세계에 푹 빠진 블로거도 있다. 호젓한 자연을 찾아 여행하듯 수행하듯 신선처럼 지내는 친구도 보인다.


이제 친구들과 만남에도 갈수록 의미나 깊이가 달라지고, 함께 하는 사람들 간에도 관계의 옥석이 가려지기도 한다.

지금껏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한창 일할 때 친해진 사람들을 모두 친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속 모습까지 아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시절에는 가까운 것 같았지만 일이 끝나면 연락이 끊어지는 이유다.

보통 술친구는 술을 끊으면 관계도 끝나고

여행 친구는 여행이 끝나면 어울릴 일도 사라진다고 한다.


오가는 수다 속에,

(비록 단톡방이라도) 나누는 대화 속에

사람들의 마음이 드러나고 어떤 진실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그걸 잘 아는 것이 좋은 친구를 사귀고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https://brunch.co.kr/@sik2038/92










매거진의 이전글 무알콜 맥주로 과음한, 그날의 진실 토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