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돈가스
여느 때처럼 아빠는 자전거 앞에 동생, 뒤엔 나를 태우고 어디론가 출발했다. 주로 큰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 대공원에 데려갔는데 오늘은 낯선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대학로 앞 분식집. 아빠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돈가스 두 개를 주문했다. 곧바로 따끈한 식전 수프가 등장했고 쓱싹 비우고 나니 소스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돈가스가 나왔다. 그날은 아빠가 돈가스 자르는 법. 그러니까 칼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날이었다.
"어디가서 칼질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어디에 힘을 줘야 잘 썰리는지, 포크는 어느 지점에 찍어야 편한지 당신에게 쉬울법한 일을 세세하게 알려줬다. 아빠의 속성 강의와 시범 덕분에 뜨끈한 돈가스를 먹기 바빴고. 아빠는 열심히 설명하며 썰어둔 돈가스를 동생 앞에 두고 우리가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돈가스를 자른다는 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제육볶음과 쌍벽을 이루는 남자의 음식이 바로 돈가스가 아닌가! 덕분에 어떤 크기의 돈가스를 만나든 자신 있게 먹기 좋게 자르는 데 앞장섰다. 그럴때면 이상하게 눈 앞에 아빠가 있는 듯했다(우리 아빠 살아계신다). 곧 아빠가 되는 날이 다가오니 나 역시 이런 진한 기억 한 편을 남겨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때, 할 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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