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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Jul 14. 2021

너는 나의 문학

쓰고 싶은 사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적었던 모든 문장들은 온전히 나의 비밀이었다. 글을 쓴다는 사실을 말하기 쑥스럽기도 했고 누군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손에 꼽는 이들에게만 간신히 공유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어느 날, 무심코 브런치에 올렸던 아빠에 대한 글이 좋은 반응을 보였을 때 더 이상 비밀로만 남겨두기 힘들었다. 용기를 내 아빠에게 글을 쓰고 있다고 고백했다. 아빠는 내심 기뻤는지 친구, 친척, 이웃할 것 없이 자랑을 하고 다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없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하던 아들이 했던 간만의 효도였다.


 나를 설명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내 글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진가를 발휘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이 곧 어떤 이가 사랑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기 시작하니 바쁜 일상에 가려졌던 그들의 삶이 보였다. 치열했던 아빠의 삶, 묵묵히 삶의 무게를 견디던 엄마의 모습, 온전한 마음을 줬던 할아버지,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


그들이 눈에 들어오자 삶의 농도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너의 말은 시가 되어
텅 빈 책에 받아 적히고
그걸 평생 들고 다닐 거야
너의 노랜 글이 되어
내 눈 속에 깊이 박히고
모두 너를 듣게 될 거야

<박소은, 너는 나의 문학>


 그동안 '평생 읽고 싶은 사람'이라는 문장이 좋았다. 이제는 읽고 싶은 차원을 넘어 '써서 남기고 싶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좋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읽고 싶었던 사람들을 언제든 꺼내다 볼 수 있으니까.


 쓰는 일은 항상 막연하고 두렵지만 나의 첫 문장인 이들에게 들었던 칭찬을 비빌 언덕으로 삼아 용기를 낸다.


이젠, 네 글 속에 평생 살아 숨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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