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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늘 향기가 났다

by 식이타임

"부모님의 손수건에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 적어보세요."

꼬꼬마 시절 유치원 숙제였다. 엄마와 함께 아빠의 손수검 냄새를 맡으며 적었다.


'아빠의 손수건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아빠의 향기가 납니다.'


아빠는 식용유를 납품하는 일을 하셨다. 퇴근 후 돌아온 아빠의 옷은 땀투성이, 기름범벅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빠의 몸에선 여전히 기름 냄새가 났다. '비누향은 기름 냄새를 이기지 못하는 걸까?' 피곤에 지친 아빠 곁에 누워 생각했다. 기름 냄새는 점점 아빠의 체취가 되어갔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아빠는 종종 야자를 마친 나를 태우러 오곤 했다. 그때마다 교문 앞이 아닌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트럭을 주차했다.


"왜 정문 말고 여기서 기다려요?"

"아빠차가 지저분하니까 우리 아들 부끄러울까 봐."


기름때 묻은 작업복과 한껏 땀을 흘린 모습으로 말했다. 검게 얼룩진 포터(트럭)를 타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아빠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빠는 늘 후줄근한 작업복과 함께였다. 동시에 뜨거운 땀방울 하나하나로 내게 울림을 주었다. 아빠의 모습을 보면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었다.


몇 해 전, 아빠는 15년간 우리 가족을 지탱했던 사업을 정리하셨다. 그래도 기름 냄새는 여전하다. 이번엔 치킨이다. 여전히 기름 냄새 가득한 채 땀을 흘리며 서있는 남자.


종종 가게 앞 벤치에 앉아 아빠와 이야기를 나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들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최근에 있었던 좋은 소식을 들려주기도 한다. 아빠는 나를 격려해 주며 행복해하고 좋은 일에는 기뻐한다.


나도 아빠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우리 아들에게 아빠처럼 땀 흘리는 모습의 진가를 알려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고소해지는 듯한 아빠의 기름 냄새.


기름 냄새 가득한 아빠의 인생은
향기가 난다.



*2021년 1월 26일에 작성한 글을 빌려 수정한 뒤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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