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나무의사의 바램
'클래식하다'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 있는 것에 대해 붙일 수 있는 수식어이다.
그래서 '클래식은 영원하다'라는 표현도 있다. 이 책은 나무의사 우종영이라는 개인이 나무를 치료하고 돌보는 경험을 통해 느끼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세대가 바뀌어도 누구에게나 공감될 수 있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그래서 감히 책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나무에게 배울 수 있는 클래식한 지혜가 담긴 책이라고 소개해 본다.
2021년 4월, 숲해설가 수업으로 우종영 선생님을 뵐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무의사 우종영 선생님의 수업이라니!
서둘러 선생님의 유명한 책을 주문했다. 누군가의 팬이 되어 본 적 없는 나는 유명인의 '싸인'에 대한 소유욕(?)이 없다. 하지만 나무의사란 직업을 알게 해 준 우종영 선생님의 사인은 왠지 모르게 받아 두고 싶었다.
북한산 둘레길을 함께 걸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수업 내용보다도 우종영 선생님 자체였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공감하겠지만, 글로 접하는 저자 우종영은 뭐랄까 외모나 말투, 행동이 섬세하고 선이 얇은 사람일 것 같았다.
글에 담긴 마음을 전달받은 독자로서는 책을 다 읽어갈 때쯤이면 어느새 저자를 피부도 하얗고 고운 손을 가진 섬세한 사람일 것 같다는 착각을 해버리게 된다.
그의 직업이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는 나무의사라는 점은 새까맣게 잊고서 말이다.
그렇기에 수업에서 대면하게 된 선생님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첫인상은 오래된 나무 같았다.
수년간 햇빛에 그을린 피부색과 몇 십 년 한 자리만 지켜왔을 나무의 수간처럼 다부진 느낌이었다.
시원시원한 말투와 행동은 종종 거칠다는 느낌도 받았다.
식물은 크게 초본식물과 목본식물로 구분하는데, 우리가 아는 나무는 목본식물에 속한다.
초본식물은 1년 또는 2년의 생을 살거나 여러 해를 살더라도 겨울이면 지하부의 뿌리만 두고 지상부의 모든 기관을 전부 없애버린다.
하지만 목본식물은 여러 해를 살아가며 겨울에도 지상부를 남겨 혹독한 계절을 버텨 낸다.
나는 책을 읽으며 무심결에 우 선생님을 초본식물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과 북한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길, 그제야 '아! 선생님은 나무이사셨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꽝 때렸다.
요즘 판매되는 책은 2021년 스페셜 에디션이다.
이 책은 무려 2001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시간을 역산해 보면 그 당시에 우 선생님은 10년 차 나무의사였다. 10년 동안 사람보다 더 많은 나무를 만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은 그가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나는 이제 나무의사 1년 차이지만, 내년이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10년이라는 시간도 꽤 묵직한 세월이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책을 다시 읽는 내내 몇 해 전 처음 읽었을 때보다 책의 내용이 더 마음에 푹푹 꽂혔다.
그래서 인생에서 나와 같은 시기에 해당하는 사람들, 아마도 3040일 터인데, 그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덤으로 적으면, 2019년에 출간된 저자의 또 다른 책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가 있다. 이도 언젠가 리뷰에 남길 예정이지만 관심이 있으신 분은 미리 읽어보길 추천한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나무의사로 30년을 채운 그가 나무에게 배운 더 짙은 농도의 삶의 지혜를 읽을 수 있다.
나무와 관련된 많은 책들은 나무가 우리를 위로하고 우리에게 지혜를 가르쳐줬다고 한다.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가 어떻게 우리에게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분명히 꽤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통해 용기를 얻고 삶을 돌아보는 깨닫는 시간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여전히 많은 출판사에서도 나무에 관한 책을 번역하고 출판하며, 그리고 때로는 먹고사는 일을 아예 바꿔버리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사실, 나무는 하는 일이 없다. 그저 우리 스스로가 눈앞에 있는 나무를 두고 멋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가 별 거 아니다 싶을지라도, 막상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에게 이런 방법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매개체가 별로 없다.
특히 나무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왜 나무가 이런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적응하고 버텨내면서 정해진 때에 어김없이 새 잎을 틔워내고 꽃을 맺어내는 나무들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 숙여 반성하고 배울 점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집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이런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천문학자를 꿈꿨던 소년은 색약 판정으로 이공계 진학을 포기하였지만 지금은 나무의사가 되어 나무와 함께께 하늘과 별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나도 어릴 적 장래희망뿐 만 아니라 20대 때까지도 나무의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요즘도 수목조사나 병해충 예찰을 하며 나무를 보고 있으면 그 순간이 참 신기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나무의사가 된 것은 소소한 취미에서 시작되었다.
결혼 전까지 작은 방에서만 살아오던 내가 신혼집을 얻게 되면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였는데, 식물을 돌보는 그 시간이 나에게 똣밖에 휴식시간을 주었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뭔가를 계속 생각하는 성격 탓에 여유를 가지고 쉬는 것을 잘 못한다.
그런데 식물에 물을 주고, 잎을 정리하고, 흙을 살피는 시간은 다른 일과는 다르게 나를 잠시 '멈추게' 해 주었다.
이 멈추는 시간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회복하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시간을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었다.
식물을 돌보는 시간을 통해 지친 하루를 되돌아보고 다시 '나의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경험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식물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라는 핵심가치를 세우고 '식물리에'를 만들게 된 것이다.
식물 추천도 하고, 식물 가득한 공간을 조성해 공간대여를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식물에 관심을 가질수록 더 잘 알고 싶고, 정확히 알고 싶어서 계속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숲해설가, 식물보호산업기사, 나무의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다(조경기사 시험결과는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더 전문성 있는 내용과 다양한 방법으로 식물을 일상에서 가까이하면 좋은 점들을 알리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식물, 생태와 관련된 책을 읽고 추천하는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이 책의 소개로 돌아오자면,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총 3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다.
챕터 1,2에는 특정 나무와 관련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챕터 3에는 나무의 일반적인 모습에서 저자가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구성의 책은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되어 읽기에 부담이 없다.
그냥 곁에 두고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바쁜 일상으로 이 책 전부를 읽을 시간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이 책에서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을 순서를 매겨 추천해 본다.
저자가 나무를 보고 느낀 점에 대해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고, 다른 이들도 살면서 꼭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에 추천을 한다.
1. 챕터 3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전부
2. 챕터 1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이라 해도' - 회양목
3. 챕터 2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 - 전나무
4. 챕터 1 '마흔 살 된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나무' - 오리나무
5. 챕터 1 '어머니 품이 그리울 때' - 느티나무
6. 챕터 2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음 좋겠다.' - 서어나무
마지막으로 스페셜에디션 기념에 대한 저자의 글을 공유한다.
p.14
언젠가부터 나무는 우리의 삶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요즘은 주말에 공원이나 교외로 나가야 겨우 나무를 볼 수 있지요.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밥벌이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까요. 한가로이 나무를 들여다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따질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사는 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속는 셈 치고 나무를 찾아가 보기를 권합니다.
나무는 분명 당신의 지친 마음을 가만히 위로해 줄 겁니다.
나는 30년째 나무의사로 살고 있지만 나무에게 베푼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만큼은 늘 나를 위로해 주는 나무에게 바칩니다.
나무에게 책을 바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선생님은 산에서 놀던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고 30년을 나무를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나무처럼 살고 싶다고 한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지 않다. 정확히는 나무처럼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아직은 나무에게 배운 점이 적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나무 곁에 살고 싶다. 나무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쉬는 시간이자, 반성하는 시간, 나를 다독이는 시간, 삶에 대한 용기를 회복하는 시간이다.
늘 나무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대로 삶이 흘러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