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코로나 즈음 식물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공간식물성'이라는 브랜드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책 <식물 저승사자>는 들어봤을 것이다.
집에 식물을 들이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던 시기, 화원이나 가게에서는 분명 푸릇푸릇했던 식물이 이상하게 집에만, 방 안에만 들어오면 시들시들해지는 경험으로 초보 식집사들의 고민이 넘치던 시기였다.
저자 정수진의 첫 책인 <식물 저승사자>는 그런 초보 식집사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식물 생활을 격려해 준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우연히 두 번째 책(공저 제외)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물 이름의 유래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훑어보자마자 든 생각은 '대단해! 너무 부러워!'이었다.
지루할 수 있는 식물의 이름 이야기를 이렇게나 재미있게 구성하다니!
첫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책 역시나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식물의 이름이라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하였고 다양한 이미지로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책을 풀어나가는 저자의 편집 능력이 너무 부러웠다.
좋아서 잘 기르고, 잘 길러서 더 좋아지는
프롤로그
나의 모토는 항상 '좋아서 잘 기르고, 잘 길러서 더 좋아지는'이었다.
식물을 돌보는 일에는 원예적 통찰과 즐거움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식물을 키우는 선 순환과정을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식물을 좋아하고 더 잘 키우기 위해 식물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출발점으로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ㅁ식물의 이름은 몇 개일까?
식물에는 이름이 참 많다.
전 세계적으로 약속한 분류체계에 의한 공인된 학명,
새로운 분류기준으로 인해 만들어졌지만 아직 공인되기 전인 이명,
각 나라(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보통명,
유통과정, 시장에서 불리게 된 유통명,
이 나머지 이외의 이름인 별명
예를 들면 책에도 소개되었고 내가 무척 애정하는 이 식물의 이름들을 소개한다.
학명 : Asplenium nidus-avis (참고 ; 학명은 이탤릭체로 기울여 써야 한다)
국명(한국 보통명) : 둥지파초일엽
영명(영어권 보통명) : Bird's-nest fern
유통명 : 아비스, 아스플레니움
ㅁ너의 이름은?
이처럼 하나의 식물은 여러 이름을 가진다.
그러면 이름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꼭 식물의 이름을 알아야만 잘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일단 대답은 그렇다!
'잘' 키우고 싶다면 이름을 알아야 한다.
이유는 단순한데, 이름을 알아야 식물에 관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면 여러 이름 중 '학명'을 알고 있는 것이 가장 좋다. 학명이 어렵다면 도감에 실린 국명이라도 정확하게 알아두면 필요한 정보를 얻기에는 충분하다.
또 다른 이유는 식물의 이름에는 이미 그 식물이 좋아하는 특성이 반영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누구나 아는 수국(水菊)은 물을 좋아하는 국화이다. 이름을 통해서도 그 식물이 자라는 환경적 특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지금 식물이 곁에 있다면 그 식물의 이름을 자세히 알아보자. 어떤 이유로 그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과정도 물과 영양제를 챙겨주는 것만큼이나 식집사로서의 도리이자 애정표현 중 하나이다.
그리고 덧붙이면 이름을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식물을 집에 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식물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주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관계'가 생겨난다. 관심과 애정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관심과 애정이야 말로 식물을 키우는데 가장 필요한 두 가지이다.
p.112 라넌큘러스
학명 : Ranunculus asiaticus
국명 : 라넌큘러스
영명 : Persian buttercup
유통명 : 라넌큘러스
일반 개화시기는 4~5월이나 절화도매시장에서는 겨울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색색깔로 나와 있을 라넌큘러스가 저절로 떠오른다. 하늘하늘한 얇은 꽃잎 수십, 수백 장이 있는 라넌큘러스는 라틴어로 '작은 개구리'라는 뜻이다. 연못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렇게 예쁜 꽃 이름에 개구리가 들어가게 되었다. 라넌큘러스가 속한 미나리아재비속 다른 식물들의 국명 역시 사는 환경을 반영하여 '개구리미나리', '개구리갓' 등 개구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p.52 아비스
학명 : Asplenium nidus
국명 : 둥지파초일엽
영명 : Bird's-nest fern
유통명 : 아비스, 아스플레니움
꼬리고사리과 양치식물로, 아비스는 생긴 모양으로 이름이 붙여진 경우이다. 줄기가 짧아서 흙에서 바로 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고, 잎은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퍼지며 자란다. 이 모습이 마치 '새둥지'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뜰리에를 운영할 때, 따뜻한 햇살이 창에 스치는 나른한 낮에 아비스를 볼 때마다 가운데 들어가서 낮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내 눈에만 아비스가 아늑해 보인게 아닌가 보다.
ㅁ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책에는 훨씬 많은 식물 이름이야기가 담겨있다. 튤립, 아디안툼, 립살리스, 금목서 등등. 소개된 대부분 식물들은 우리가 이미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 알고 있는 식물들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다가오는 봄에는 어떤 식물을 키워볼까 고민하고 있다면 책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을 통해 골라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마음이 가는 이름의 식물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식집사 생활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