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흙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5월의 식물리에 서가는 '흙'에 관한 책을 소개합니다.
가정의 달, 감사하는 달인 5월에는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
이를 이루고 있는 흙에 대한 책들을 읽습니다.
<흙의 학교>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목수책방
한 줌의 흙은
그 자체로 훌륭하게 자신들이 사는 세상이면서
또한 우주인 것입니다.
식물리에 추천
#흙 #뿌리 #인생
식물을 키우다 보면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자꾸만 늘어나는데요, 식물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 식물가게까지 운영했던 제게 가장 궁금했던 점은 바로 '흙'이었습니다. 자연에서는 넘치도록 잘 자라나는 식물들을 볼 때마다 화분 속 식물들과 이 친구들은 뭐가 다를까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의 끝은 늘 '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n년차 식집사들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궁금하기만 했던 흙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책들을 준비했습니다. 식물리에 서가의 5월 첫 번째 책은 '흙의 학교'입니다. 몇 십 년 전 일본에서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무농약 사과 재배'에 성공한 농부의 흙에 대한 질의응답서입니다.
총 44가지의 흙과 농사에 관한 질문이 있고, 간단하지만 어쩌면 정답에 가장 가까울 저자의 대답이 실려있습니다. 저자의 말이 너무나 쉽고 편해서 흙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는 독자들에게도 아주 친절하고 따뜻한 책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결한 대답들 사이에 섞여있는 깊이 있는 문장들을 마주할 때면 잠시 책을 두고 반성하게 되고,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를 생각하게 되는 점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p.74
이것이 자연의 놀라운 점입니다.
흙 속에 질소의 분량이 적으면 질소를 보충하고, 충분해지면 그 행동을 멈춥니다.
자연은 쓸데없는 짓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흙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에 '학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던(못했던) 것들을 흙을 통해 깨달아 갑니다. 흙에는 어마어마한 양과 종류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그 미생물로 인해 (일반적으로 잡초로 취급하는) 풀들이 자라납니다. 그리고 이런 풀들과 사과나무를 먹는 곤충(우리가 해충이라고 부르는)들이 모여들고 결과적으로 이런 순환들이 자신의 사과나무를 건강하게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심지어 그는 판매용 사과상자에 해충인 차잎말이나방의 애벌레 일러스트를 실었다고 합니다).
p.122
병충해는 원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결과입니다.
말하자면 병충해가 만연했기 때문에 사과나무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사과나무가 약해졌기 때문에 병충해가 대량 발생한 것입니다.
벌레와 병, 즉 병충해는 저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읽고 있으면 조경회사와 나무병원인 식물리에를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무조건적인 방제와 제초, 예초처럼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의 방식보다는 자연의 방식대로 일을 하고 싶어 집니다.
'흙의 학교'를 쓴 저자는 농약을 쓰지 않고 사과를 재배하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느라 10년이 넘게 사과를 수확하지 못했고, 당연히 수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저자는 달콤한 수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나는 어떤 나무의사가 되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흙이 궁금해서 시작했던 공부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하였으니 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궁금했던 점들을 해결해 나가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나무의사가 되어 있기를.
p.86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아무리 스스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 책에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생을 되풀이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야말로 스스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나지 않는다면, 비록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더라도 결코 성공할 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각오가 필요한 농업이기 때문입니다.
'초록'을 자식으로 둔 어머니인
흙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