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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융한삶 Jun 26. 2024

무제

無題




다정하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너는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지만

나를 사랑하지는 못한 것뿐이었다


우리는 태어났기에

하루 꼭 두 번씩 마주치며


너는 나의 생일이 아닌

기일을 외워주었다


나의 숨을 나눠주면

너의 숨이 막힐 것을

몰랐었던 어리석은 어리석음


'넌 내게 특별해' 라는 문장을

우리는 각자 다른 모양으로 사용하며


한 번, 손 스쳐잡은 감각을

우리는 각자 다른 마음으로 이해했다


너는 마지막으로 날 마주보며

죽은 별을 내 입 속에 먹여주었고


이윽고 내 말더듬을 달래보려

눈동자로 사형을 선물했다


나의 모든 처음

나의 모든 표정

나의 모든 꽃말

나의 모든 메아리


휘청이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다

나는 첫사랑이 부러진 벙어리므로



무제, 조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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