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
다정하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너는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지만
나를 사랑하지는 못한 것뿐이었다
우리는 태어났기에
하루 꼭 두 번씩 마주치며
너는 나의 생일이 아닌
기일을 외워주었다
나의 숨을 나눠주면
너의 숨이 막힐 것을
몰랐었던 어리석은 어리석음
'넌 내게 특별해' 라는 문장을
우리는 각자 다른 모양으로 사용하며
한 번, 손 스쳐잡은 감각을
우리는 각자 다른 마음으로 이해했다
너는 마지막으로 날 마주보며
죽은 별을 내 입 속에 먹여주었고
이윽고 내 말더듬을 달래보려
눈동자로 사형을 선물했다
나의 모든 처음
나의 모든 표정
나의 모든 꽃말
나의 모든 메아리
휘청이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다
나는 첫사랑이 부러진 벙어리므로
무제, 조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