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사이
밤새 비가 오고
나는 밤샘 일을 한다
젖은 사람들
젖은 우산들
젖은 빗소리만
들리지 않는다
새벽 찬바람 냄새를 맡기 위해
문을 가득 열어놨지만
담배 냄새는 내가 외롭지 않은 꼴을
별로 보고 싶지 않은가보다
찌푸린 거북이처럼 날이 밝았다
어제의 하늘처럼 울어야
오늘처럼 조금이나마 맑아질텐데
어제도 오늘도 울어내지 못한 나는
잔뜩 흐려져 무겁게 구름만 품고 있다
아침 퇴근길
울음 섞인 바람이 불어온다
어제 미처 다 울어내지 못했다는 듯
양손 가득 울먹임을 쥐고 있다
바람을 가방에 조금 담아
내 방에 데려간다
눈 감기 전 함께 술 한 잔 하며
서로 울어내지 못한 울음을
대신 울어줘야겠다
다섯 번째 계절, 조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