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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감성의 양식, 오래된 노래들

현재의 나를 키운 팔 할은 바로..

by 고요한밤

1.

지난주 주말 유튜브에 새로 올라온 영상에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에서

80년대 가요제 예선곡 풀버전이 떴다.

이미 지겨울 정도로 식상한 진행과 포맷이었지만

나 같은 옛날 노래 애정하는 관객들을 겨냥했음인지

새로운 목소리와 수준 높은 연주 세션, 편곡이 어우러진

한 시간 정도의 분량을 틀어놓는 것만으로도

지루한 여름밤의 따스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https://youtu.be/sPP8GpYJbko?si=byXN7jRbL9OH6d8O



2.

안 그래도 요새 차를 타거나 운동을 하는 동안

스피커나 귀에 꽂은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주로 한국/미국의 아주 오래된 익숙한 노래들이다.

한국에서 초중고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 당시 시험문제나 무슨 구절, 공식이

지금까지 뇌리에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시기 즐겨 듣고 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대중가요들의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는

한 해 한 해 나이 들어갈수록

머릿속에 더욱 선명하게 각인됨을 느낀다.

그리고 그 노래들을 이제 편하게

개인의 전화기나 매체 등으로

자유롭게 소장하고 맘껏 감상할 수 있는 데다가

예전 방송 영상들까지 함께 찾아볼 수 있는지라

알고리즘대로 취향에 맞는 음악들이 자동재생될 때마다

과거의 시간들로 돌아가

잊고 있던 추억을 들추게 되고

그리운 인물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혼자서 맘껏 그리워하며 흥얼거려본다.


3.

말랑말랑 민감 감성의 사춘기 시기를 지나며

대학 1학년, 첫 과외 아르바이트 월급을 손에 쥐던 날

내가 바로 달려간 곳은 용산 전자상가였다.

중고생 시절 그토록 갖고 싶었지만 얻을 수 없었던

소형 쏘니 워크맨과 이어폰을 내돈내산 하던 날

그야말로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쁨이었다.

이후 CD와 휴대용 CD플레이어의 유행이 이어졌지만

한동안 내 가방 안에서 버스나 지하철 타는 시간 동안

워크맨은 가장 오래 나의 동반자로 자리했었다.

그 당시 생각도 못한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벅스 등이

손 안으로 들어와 언제든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세상에

지금 살고 있는 어린 세대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동네 음악사에서 공테이프에 음악을 녹음하거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들을 잡음없이 녹음하려고

주변의 온갖 소음을 차단하며

나만의 모음집 테이프를 만들던 기억들을 비롯해

마음만은 뜨거운 열정으로 빛나고 있었던

우리네 탱탱한 젊음의 한때가 있었으니.


4.

유년기 집에 같이 살던 삼촌, 이모들을 통해

함께 들은 송창식, 송골매와 조용필을 시작으로

중학교 시절 방과 후 친구 집에 몇몇이 모여

새로 나온 이문세 테이프를 함께 듣고 따라 부르던 추억,

고등학교 시절 떼창을 가능케 한

이승환, 조정현, 푸른 하늘, 변진섭, 소방차, 이선희,

혜성처럼 나타난 신해철,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등등.

그 주옥같은 노랫말과 목소리들이

내 삶 속에 살아와 내 마음밭에 새겨지고

글로벌하게 세상을 떠돈 내 삶 속 굽이굽이마다

나를 붙들어 주는 위안이 되어 주었다.


작년 가을, 얼떨결에 혼자 간 김종서 콘서트에서

초대손님으로 나온 이치현과 벗님들이

내 애플뮤직 재생 회수 1위 최애곡인

<집시여인>을 내 눈앞에서

여전히 달콤한 음성으로 불러주었을때에

어느새 나의 눈가가 촉촉해짐을 느꼈었다.

“그래. 그 긴 세월 차 안에서 운전할 때마다

혼자 어깨를 들썩이며 불러댄 보람이 있었구나“



https://youtu.be/aYOHHELbRew? si=q-jPZz7 ehRjw_l23

< 아득히 먼 곳>


https://youtu.be/eewn9p2S9SM?si=BmLVs8FDGYov4eJ5

<희나리>


https://youtu.be/5CCOLMgBJdI?si=Aj4lgfV4koflzLC3

<집시여인>


https://youtu.be/qj0pj8llIio?si=9hMPHLtJpaI8LRur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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