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잌과 권총

-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혐오'

by 시인 이문숙

어떤 각별한 '소리' 하나 때문에, '두려움의 커다란 저택'에서 혼자 머문다는 것은 무얼까. 귓구멍을 양털로 막고 고스란히 소리를 앓는다는 것은 무얼까.

온갖 고통이 진열장의 케잌처럼 가지런히 놓여, '저거요'라고 가리키는 미지의 하얀 손가락을 기다린다. 그 손가락은 반짝이는 손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손톱은 손가락의 뚜껑일까. 손이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분열하는 영토'처럼 찢어지고 갈라질 때, 뭐라도 움켜쥐려하는 그것을 멈추게 하는.

파스칼 키냐르는 '성 베드로의 눈물'에서 바스락거림, 윙윙거림, 쿵쿵거림과 같은 모든 소리가 갖고 있는 두려움을 '수탉의 울음', 그 울음의 저수조 속에 담아둔다.

세계는 '양푼떨이 장수'처럼 챙강거리고 새벽을 찢는 수탉 소리보다 시끄러워, 우렁차고 험난해. 소근대고 바스락대며 쿵쿵거려.

게다가 종업인인 엄마를 따라온 아이는 매장을 쿵쿵대며 이리저리 탁자 사이를 뛰어다닌다. 그 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권총.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이는 '이곳에서는 조용해야 해'하며 입술을 잠그는 모양의 엄마의 손가락에, 거기 달린 반짝거리는 손톱의 위협에, 케잌 진열장에 붙어 가만있네.

꼭 붙어있는 입술이 새의 입술 같아. 새에게 입술이 있다면, 울음은 멈춰질까.

베드로는 그 모든 이후, '가금류의 목구멍'에 머무는 새벽조차 금지하려 했다는데, 목구멍에도 그 소리를 막을 '뚜껑'이란 게 있었을까.

그렇듯, 엄마의 금지에 시무룩했던 아이가 찾아낸 놀이는, 진열장의 케잌을 하나씩 권총으로 겨냥하는 것. 한눈을 찔끔 감고 쏘는 것.

케잌과 권총.

쓰러진 케잌은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하얗다. 설령 케잌의 정수리를 관통한들, 그 안으로 번지는 출혈을, 그 내상을 케잌의 크림은 은폐하고 보여주지 않는다.

(그 케잌이 죽기 전, 그 놀이의 관전자는 한 조각 구입해 둬야 하리라.)

'베드로는 그 모든 이후, '수탉' 뿐만 아니라, '가축용 개똥지빠귀, 작은 메추라기, 티티새', 그의 정원에 살고 있는 모든 새들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아이는 진열장에 붙어 케잌을 하나씩 사살한다. 더이상 매장을 쿵쿵거리며 뛰어다니지 않는다. 발소리는 침묵의 명령에 쉽게 항복한다. 발가락을 한곳에 오므리면서. 멈춤.

그러나 그의 지시에 따라, 새들은 어떠했을까. 모든 '지저귐'을 그의 저택에서 멈췄을까.

'종내 베드로는 '월귤나무' 열매를 짓이겨 물들인 천으로 새들을 질식시키려 한다.' 지저귐의 영속적인 포박.

아이는 진열장에 붙박혀, 케잌을 권총으로 겨눈다. 케잌이 품고 있는 '하얀 적요'를 사살한다.

그러나 케잌이 죽지 않듯, 모든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찢어진다.

파스칼 키냐르가 '귀에 눈꺼풀이 없기 때문'에, 듣는다는 것은 그저 저절로 듣게되는 '순종'과 같다고 말할 때,

가객은 자신의 악기를 부수지만, 부숴진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멈추지는 못한다. 자신은 물론 누군가는 결국 듣게 된다.

아이의 권총으로 살해된 케잌은, 샹들리에 불빛 아래서 더 하얗고 창백하며, 형체 하나 흐트리지 않는다.

새를 죽이고 귀의 구멍을 양털로 막아도, '수탉의 울음소리'는 멈춰지지 않아.

소리는 찢어지고 찢어지며, 찢어져간다. 가늘고 기다랗게 '무'를 향해 바들바들.

수탉 울음소리에 찢긴 횃대처럼, 새 울음 소리에 찢긴 가지처럼,

그래서 '음악은 찢어진다.'
붉은 피가 흐르는 하얀 케잌.
포크는 그 핏방울 하나하나에 흐느낀다.


*음악 혐오

파스칼 키냐르 저 / 김유진 역 | 프란츠 |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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