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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Jun 25. 2018

왜 아직까지 결혼 안하셨어요?

미혼의 정신과 의사인 저는 작년부터 환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곤 합니다. 재밌는것은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이 조심스러워 묻지 못하는. 상당히 솔직한, 돌직구 질문이 훅 들어오기도 하지요.


1. 눈이 너무 높아서 따지시는 거 아니에요?

2. 노는 걸 너무 좋아하시는거에요?

3. 남자 좋아하세요?


셋다 정말로 전혀 아닌데 어쩌다 아직 결혼을 못한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32살까지는 첫사랑과 다시 만날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그사람이 결혼한 이후 끝났구나, 놓쳐버렸다는 생각에 3년 정도는 진지하게 독신을 고민했습니다.


36살이 된후론 부쩍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스스로를 평가해보았습니다.


1. 한 여자를 책임질만큼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가

2. 한 여자를 안아줄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해 있는가


제가 오랜시간 꼭꼭 눌러왔던 열등감과 자격지심들을 마주하게 된 순간, 작은 자책감과 후회가 들었지요.


왜 그사람을 놓쳤을까

왜 더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왜 인생을 더 치열하게 살지 않았을까


어쩌면 수많은 환자들의 이혼과 불륜의 사연들이 제 무의식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지를 심었을지도 모르지요.


나는 뭐가 부족해서 아직 혼자일까.

친구들의 아이들 카톡 프로필이나 가족여행 사진을 보고 텅빈 진료실에서 혼자있는 집으로 퇴근할때면 심장이 욱씬거립니다.

평생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달래주고 치료하다 외롭게 늙는건가 생각하면 돈은 벌어서 머하지 허탈합니다.

환자들에게 하듯이 스스로에게도 말해봅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결혼을 못한게 아니라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아끼고 사랑할 한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것 뿐이라고

별로 위안이 되지 않더군요.


대단한 사람을 원하는것도,

대단한 사랑을 원하는것도 아닌데


조금씩 거울앞에 설때, 운동을 할때, 주말에 만날 친구들이 줄어갈때 실감되는 나이가 저를 초조하게 합니다.

마음의 공허함을 종교나 취미생활, 직업적인 성공으로 메워볼까. 국경없는 의사회에 지원하거나 신학대학에 갈까도 고민했었지만.


지금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벌고 유명해진다 한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대신할 충만함이 어디있을까요.


야 혼자가 편해 니가 부럽다.

니가 사랑타령하는거 보면 아직 철이 없다

그냥 적당히 해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야

이런 말들에 일찍 타협했다면 저는 지금 좀 더 행복할수 있었을까요.

정신과 의사를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랑과 신뢰, 애정과 애착, 건강한 관계가 무엇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생길런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하거나 조급해하는 대신 바래봅니다


어제보다 좀더 노력하는 사람이기를

지난달보다 긍정적이고 인내할것을.

내 상처를 알아달라고 떼쓰기전에 배려할수 있는 남자가 되기를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행운이 아직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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