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낫지 않아도 괜찮다

회복은 서두르지 않는다, 기다림은 치료의 일부다

by 실버버드

“언제쯤이면 나을까요?”

환자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가장 간절히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이거다.


"곧 나아질 거예요."


그런데, 나는 그 말을 쉽게 하진 않는다.

하지만 가능한 한, 희망적으로 말하려 애쓰는 이유가 있다.

어떤 의사들은 기대감을 낮춘답시고,

환자를 절망 상태로 내모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 환자가 된 적이 있다.
좌회전을 하던 차가 신호 대기 중이던 내 차를 들이받았다.

차량이 크게 파손됐고, 나는 몸을 다쳤다.
태어나서 그렇게 심한 통증은 처음이었다.

MRI 결과, 요추 3-4번 사이의 디스크 상판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사고 이후 여러 의사를 만나며 처음 알게 됐다.

절망을 말하는 의사와

희망을 건네는 의사의 차이를.


한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 정도 찢어졌으면 이전 삶으로 회복은

절대 불가능할 겁니다, 나이도 있고요."

그 한마디 한마디가

탁, 탁,

회초리를 치듯 마음을 때렸다.

굳이, 아픈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말해야 했을까.


다행히 지인이자 실력 있는 한의사 선생님께

한동안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3개월쯤 지나자 통증이 70퍼센트 이상 눈에 띄게 줄었다.

남은 30퍼센트를 위해

필라테스와 헬스 재활, 기공 수련을 다녔다.

9개월쯤 지나자 내 허리는 95% 이상 회복되었다.

지금은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낸다.


그 당시, 나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진료를 계속했다.

내가 환자가 된 걸 알고 있던 환자들이 오히려 내게 이렇게 물었다.

“닥터조, 오늘 통증 레벨은 1부터 10까지 중에 몇인가요?”

"난 7, 당신은요?"

"난 6, 오늘은 내가 당신보다 낫네요."

서로 웃으며, 늘 괴롭히던 통증이 한결 덜어지는 것 같았다.


아픔을 아는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따뜻함도 있었지만,

실상은 통증 때문에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진료를 이어가던

참 고단한 날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경험은

치료자로서의 내 삶에 커다란 자산이 되었다.

통증 환자가 되어 다양한 치료와 회복의 과정을 겪었기에,

환자들에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환자들에게 말한다.

"절대 몸의 회복력을 포기하지 마세요."

좋은 치료, 균형 잡힌 식사,

바른 자세, 나쁜 습관 줄이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에 시간을 주는 것.


확신이 부족한 환자에게는 내 경험을 들려준다.

“그 정도로 아팠는데 이렇게 멀쩡하다고요?”

환자의 눈빛이 반짝인다.

그 반짝임은 회복의 시작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나이도, 부상 정도도, 건강 상태도, 생활 습관도.

하지만 본인의 몸을 믿고 건강을 믿고

반드시 회복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좋은 것들을 꾸준히 유지하고 노력하며 기다리는 중에

회복은 조용히 찾아온다.


치료자의 역할은

차곡차곡 회복력이 몸에 쌓이도록 돕는 것.

그래서 기다림이 지루하고 슬픈 것이 아니라

즐겁게 여기도록 돕는 것이다.


기다림은 치료의 일부다.

오늘도 나의 환자들은,

그 기다림을 잘 견디며 잘 나아간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관계 안에서,
회복은 계절처럼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