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유튜버가 되다
영상으로 책을 즐기는 방법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책 읽는 것만큼이나 책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좋았던 부분과 인상 깊은 문장들까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재미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어쩜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할까?'
그때마다 신기한 건 물론이고, 사람이라는 독특한 '세상'을 구경하는 기분에 들뜨곤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독서 동아리에 참여했던 경험 덕분에, 학교에서는 동료들과, 동네에서는 주민들과 독서모임을 이어왔다. 이렇게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할수록 내 인생은 더욱 즐거워졌다.
요즘 같은 영상 시대에 책이나 독서모임은 구시대적 유물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나고, 책 보다 재미있는 영상이 널려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이 좋다. 책 이야기로만 밤을 셀 수도 있고, 책을 건해주는 일에 누구보다 열성적이다.
나는 종종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해주는가 하면, 일부러 클라이맥스에서 뚝 끊어 아이들을 안달 나게 하기도 한다. 그럼 그중 몇 명은 여지없이 도서관으로 달려가고,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다고 배시시 웃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학교에는 아이들이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아이들은 오지 않았고 하고 있던 독서모임들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수업마저 영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 맞춰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기술을 배우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책 이야기를 영상으로 할 수 있을지 몰라!'
그렇게 나는 유튜버가 되었다.
찾아보니 이미 책을 소개하거나 읽어주는 유튜버가 굉장히 많았다. 그들은 '책'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리뷰하는 일, 책을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일, 독서 일지를 쓰거나 서점에 가거나 책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떤 것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점점 그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 세계에서는 그들을 북튜버라고 불렀다.
북튜버 중에는 하루에 한 권, 일 년에 몇 백 권씩 읽는 다독자가 있는가 하면, 작가나 편집자처럼 전문 북튜버들까지 다양하다.
'난 특별히 전문적이지도, 그렇다고 연변이 뛰어나지도, 편집기술이 훌륭하지도 않은데..'라는 생각에 살짝 주눅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나만의 개성을 살린 북튜버'가 되기로 결심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독서모임을 꾸준히 해온 독서가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영상으로 책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물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단순한 열정만으로는 힘들다. 그 안에 저자의 의도와 숨은 메시지, 철학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녹여내야 하기에 만만치 않은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선생님 유튜브 보고 저 그 책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추천해 주신 책 잘 봤습니다. "
"유용한 팁이 담겨 있네요"
이런 댓글을 읽을 때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또한 이런 소통과 관심이 일상에 지친 내게 큰 자극이 된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초보 유튜버의 좌충우돌 고군분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