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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전략이 필요해.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성석제

by 슈퍼엄마

읽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책을 선정하는 것부터 어떻게 읽어나갈지, 읽고 나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따라 책을 더욱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읽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책이라고 생각해서 책 선정에 많은 신경을 쓴다. 내가 먼저 읽어보고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내용인지 고민해 본다. 아이들은 저희들 또래가 등장하는 소설을 흥미롭게 읽는다.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만한 부분도 쉽게 찾는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다 보니 나와 아이들 사이에 세대차이가 생기는 것이 가끔 우려되지만 좋은 책은 시대를 막론하고 통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찾아본다.


이번 수업은 성석제 님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을 읽기로 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선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 선택했다.

책 선택 후에는 읽기 전, 중, 후 과정에 따라 적절한 읽기 전략을 사용하여 읽기로 했다.

독서 전 전략

책을 읽기 전에는 배경지식 활성화와, 예측하기 등과 같은 읽기 전략을 사용하여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먼저 책표지에 실린 정보 - 책 제목, 그림, 문구 등- 을 살펴보며 어떤 내용의 책인지 예상해 보기로 했다.


책 표지의 남자와 여자아이, ‘소년을 스쳐 간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 때문인지 아이들은 ‘운명을 바꾼 로맨스’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미술보다 축구를 좋아하던 백선규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따라 미술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는 이야기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지어내며 무척 즐거워했다. 물론 실제 이야기에서는 기대하던 로맨스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면서도 자꾸 둘을 엮으려고 드는 바람에 나도 많이 웃었다.

‘너희들.... 한창 이성에 관심이 많을 때구나.^^’

그다음에는 책의 중심 화제가 관련해서 아이들에게 인생을 바꿀만한 중대한 선택을 해본 경험을 물었다. 아이들은 대답하기 어려워하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수학 학원을 끊기로 한 것이요~’

세상에.. 아이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마흔이 넘은 선생님과 고작 열다섯 중학생이 생각하는 ‘선택’의 무게가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나 이 아이들도 앞으로 크고 작은 선택을 많이 할 텐데 그때 함께 읽은 이 책을 기억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서 중 전략

읽기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전략에는 메모하며 읽기와 질문하며 읽기가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무엇인지, 어떤 인물에게 가장 공감하며 읽었는지를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덮자마자 등장인물 이름조차 헷갈린다며 다시 책을 뒤적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순서를 바꾸어 책을 읽기 전에 인상 깊은 장면을 찾으며 읽거나 공감 가는 인물을 찾으며 읽으라고 말을 하면 책을 다 읽고 나서 훨씬 대답을 잘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답을 찾기 위해 책 내용에 집중을 하고 생각하며 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수업에도 메모하며 읽기와 질문하며 읽기 전략을 사용했다.

먼저 책을 읽을 때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사에 밑줄을 긋고, 왜 인상 깊은지,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메모하면서 읽도록 했다. 보통 같은 책을 읽어도 인상 깊은 장면이 다 달라서 아이들끼리도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드물게도 전부 같은 장면을 뽑았다. 바로 백선규가 사생대회에서 장원을 탔는데 그림이 바뀐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다. 소설 속에서 반전과도 같은 중요한 장면이긴 한데 아이들 모두 같은 부분을 뽑을 줄이야.. 반면에 나만 다른 장면을 뽑았는데 아이들은 오히려 그걸 더 신기해했다.


내가 뽑은 부분은 백선규가 장원을 탄 것을 알고 선생님 품에서 운 장면이다. 이 장면은 지금까지 미술에 관심 없고 축구를 더 좋아하던 백선규가 미술에 진심을 보이기 시작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이 장면에서 눈물까지 핑 돌았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선생님 눈물샘 자극 포인트가 특이하시네요”라고 했다.

질문하며 읽기를 위한 질문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할 수도 있고 질문카드 중에 뽑아서 하기도 하는데 이번엔 질문카드 중에 뽑아서 답하기로 했다.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 학생은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고, 다른 학생은 ‘선택에 따른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질문이 아니었다면 그냥 가볍게 읽고 말았을 텐데 읽기 중 전략을 사용하여 깊이 읽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서 나도 아이들과 동등하게 나의 생각을 말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이 수업은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생각을 말하는 수업이고 이것이 독서수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읽기 후 전략

읽기 후에는 책의 내용을 요약 정리 하거나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는 요약정리를 위해 키워드를 활용한 빙고 놀이를 했다. 빙고 놀이는 독서 전에 '예측하기' 활동으로도 '예상 키워드'를 적어보게 하여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책의 핵심 키워드가 무언인지 적게 하여 독서 후에 사용했다.


아이들과 빙고 놀이에서 나는 참패를 당했다.

나는 주로 운명, 재능, 선택, 노력, 꿈과 같은 추상적인 키워드를 적었는데 반면에 아이들은 크레파스, 사생대회, 장원, 백선규, 그림, 축구 같은 구체적인 키워드를 적었기 때문이다.

빙고 놀이 후에는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을 만들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2차시가 금세 지나갔다.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책에 평점을 준다면 몇 점을 주겠냐고 물었더니 평균 4점 정도가 나왔다. 그 정도면 성공이다! 다만, 내가 책을 읽고 심오한 주제를 떠올린 것에 비해 아이들은 좀 더 단순하고 가벼운 정도로만 생각한 것이 아쉬웠다. 아직 아이들에게 '선택'의 무게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지 않나 보다. 아이들과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아이들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읽기는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다. 글쓴이와 읽는 이의 생각과 느낌이 서로 만나 상호작용 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잘 읽으려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때 읽기 전략을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전략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나는 곁에서 거들뿐이다. 나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오늘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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