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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하는 독서 수업

by 슈퍼엄마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이제 인간이 답을 외우는 것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한다. 무엇을 더 많이 아느냐로는 우리가 절대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젠 정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으며, 필요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제대로 질문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줬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못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영상은 일파만파 퍼져 언론계는 물론 교육계서도 '입식 교육이 초래한 결과'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나는 오바마의 심정을 자주 느끼곤 한다. 수업 후에 "질문 있는 사람?"하고 물었을 때 숨이 막힐 듯한 적막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만약 종이 치기 전, 손을 들고 질문하는 아이가 있다면 쉬는 시간에 그 학생의 안위가 걱정될 지경이다.

다들 어릴 때는 모든 문장에 '왜?'를 붙여가며 엄마를 귀찮게 하던 호기심 쟁이였을 텐데, 대체 언제부터 '안물, 안궁'을 달고 다니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질문하지 않는 이유를 열심히 조사(?)해 본 결과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내 질문이 바보 같은 질문이면 어쩌지?', '뭐 저런 질문을 하냐고 비웃기라도 하면 어쩌지?',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에 질문을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가끔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와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직된 분위기나 개인의 성격 탓이라 생각한다.


둘째는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입식 교육방법의 문제가 작용했다고 본다. 그저 알려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외우는 방식에 길들여져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수동적인 자세는 독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책을 읽을 때도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공감만 하지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떤지 들여다보지 않게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질문으로 하는 독서 수업'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읽게 되어 작품 감상 능력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질문을 가지고 토론까지 이어지면 생각을 더욱 확장시켜 주고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에 사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깊이 읽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빨리 읽기보단 깊이 읽기를 목표로 수업을 시작했다.

질문으로 하는 독서 수업은 소설을 읽고 난 후 소설에 대한 설명은 일절 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궁금한 것을 말하고 그 답을 생각해 가는 과정에서 소설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다.


처음엔 그림책이나 초단편 소설과 같이 길이가 짧고 쉬운 글을 읽으며 질문 만드는 연습을 한다. 자신이 만든 질문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질문에 답해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질문 만드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그 후에는 모둠끼리 좀 더 긴 단편 소설을 읽으며 질문 만들기를 한다.


먼저 수업 전에 질문 생성 규칙에 대해 안내한다.

(<한 가지만 바꾸기>, 댄 로스스타인의 질문 형성 기법 참고)


1. 되도록 많이 질문한다.

2. 어떤 질문이라도 답을 하거나, 질문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3. 말이 나오는 대로 그대로 질문을 모두 적는다.

4. 진술은 질문으로 바꾼다.


이러한 규칙에 따라 이들이 만든 질문의 유형은 크게 3가지이다.

1. 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

2. 글에 직접적으로 답이 나와있지는 않지만 여러 내용들을 근거 삼아 추론할 수 있는 질문

3.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바탕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

이 수업은 아이들이 만든 질문을 가지고만 활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질문이 별로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이 핵심 내용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더 좋은 질문을 제시하거나 중간에 놓치고 간 핵심을 짚어 주고 싶어 진다. 그러나 기껏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질문하도록 해놓고 질문을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게 되면 아이들은 다시 입을 닫아버릴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댄 로스타인의 <한 가지만 바꾸기> 책에서도 질문 만들기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끼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제한하고, 주입식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르쳐주고 싶은 교사 본능을 억누르며 수업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니 굳이 내가 좋은 질문이고 아니고를 판단하기 전에 희들끼리 서로의 질문을 보면서 어떤 질문이 좋은지 스스로 배우게 되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수업을 거듭하면서 질문의 수준과 질이 개선되어 갔다.

아이들 역시 처음에는 '질문 만드는 게 너무 어렵다.', '뭘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했지만 수업을 거듭할수록 질문거리가 자꾸 생각난다고 답했다.


나는 수업을 통해 한 번의 수업에서 아이들이 모든 것을 배우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지나친 것을 다음 시간에 알아채기도 한다. 물론 다음번에도 또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배운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때론 가르쳐주지 않아도 더 잘 배우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질문을 던지고 나면 궁금해진다. 궁금해지니 스스로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공부를 할 때 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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