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다닐 때는 책을 쓴 저자와 만난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책을 쓰는 일이 거의 전업작가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책 쓰기의 기회가 훨씬 열려있다. 그 덕분에 다양한 직업과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또한 전업작가라 할지라도 사인회나 북토크, 강연 등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책을 읽고서도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지만 그 책을 직접 쓰신 작가와 만나 대화를 하고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보는 일은 책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임이 분명하다.
내가 책을 읽고 처음 저자와 만난 것은 2017년, 한창 독서 교육 연수를 다닐 때였다. 그 당시 신청했던 독서 연수에 <폭력과 존엄사이>라는 간첩 조작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다룬 책을 읽고 저자를 만나 강연을 듣고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너무 생소한 분야의 책, 그리고 작가의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지라 큰 기대 없이 연수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렇게 은유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의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분들과 인터뷰를 하신 작가님의 경험은 더욱 믿기 어려웠다. 책에는 담지 못한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값진 기회였다. 그런데 내게는 책 이야기뿐 아니라 은유 작가님의 삶의 이야기가 더 와닿았다. 작가님은 본인을 생계형 작가라고 소개하시면서 일과 육아에 치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하셨다.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에 나를 쓰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날 이후 작가님이 쓰신 책을 전부 읽게 되었고, <글쓰기의 최전선>은 내게 글쓰기 교본과도 같은 책이 되었다.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학생들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연수에서 강의해 주신 선생님을 통해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쭤봤다.
뭐든 배운 것을 바로 써먹고 싶어 하는 성미인지라 그 해부터 작가와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과 열심히 책을 읽었다.
학기 초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예산을 받아 도서 구입비, 작가 원고료 및 강의료, 독서활동이나 홍보 등 필요한 예산을 계획한다. 작가 섭외는 출판사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고, 알아보면 교육청에서도 이를 지원해 주는 사업을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작가들도 sns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거나 알음알음하여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작가를 섭외한 후에는 대상도서를 선정한다. 그동안은 대상도서를 한 두권 선정하여 다 같이 읽곤 했는데 올해 초 이금이 작가님과의 만남을 계획할 때는 작가님이 쓰신 책 중에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이금이 작가님의 작품수가 워낙 많기도 해서 단편부터 장편, 동화부터 청소년 소설까지 자신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책을 고르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책 선택권을 주었더니 좀 더 적극적으로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이금이 작가님 책 골라읽기
책은 다 같이 읽되 작가의 만남에 참석하는 것은 신청을 받았다. 관심 없는 아이들을 억지로 모이게 하여 앞에 앉혀두는 것은 작가님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신청자를 받고 신청서까지 꼼꼼히 쓰게 했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아이들일수록 작가와의 만남을 더욱 기대했고, 작가님께 하고 싶은 질문들도 열심히 작성해 왔다. 아이들이 꼼꼼하게 작성한 신청서는 예쁜 색지에 프린트해서 강연장에 전시해 놓는다. 작가님들께서 강연하시기 전에 신청서를 보시면서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책을 이렇게나 꼼꼼히 읽어 왔다는 것에 감동받으셨다고도 했고, 아이들이 적어놓은 질문에 더욱 성실하게 대답해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아이들의 신청서 읽으시는 작가님
아이들이 써낸 질문 중에는 책의 내용에 관한 질문도 많았지만
"작품을 쓰실 때 스토리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 "작품을 쓰실 때 가장 힘드신 점은 뭔가요?", "작가님 작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지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왜 작가가 되셨나요?" 같이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들도 많다. 작품을 읽는 동안 작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듯하다.
열심히 작성한 신청서
'작가와의 만남' 진행과 준비 과정은 아이들이 함께 한다.
아이들이 사회를 보고 강연에 앞서 작가소개, 독서 퀴즈, 인상 깊은 구절 낭독도 준비해서 발표한다.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하다 보니 그 시간을 더욱 기대하고 즐겁게 참여한다. 함께 할 때 더 즐겁다는 것을 아이들은 몸소 배운다.
작가님 소개하는 아이들
"책을 읽다 궁금한 점을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고 들을 수 있다니.. 진짜 멋진 것 같아요!"
"책에는 나와있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 작가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요~"
작가와의 만남이 끝나고 소감을 묻는 나의 질문에 아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앞다투어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는 일은 독서를 지속하고 즐겁게 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어준다.
지난주에는 독서동아리 아이들과 지구촌 쓰레기와 환경 문제를 다룬 <쓰레기책>을 읽고 이동학 작가님의 강연을 듣고 왔는데 그중에 한 명이 강연에 너무 감동받아 주말 동안 작가님께 따로 DM을 보내 궁금한 것들을 더 물어보았다고 하였다. 그 학생은 평소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책을 읽고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환경 관련 분야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잊을 수 없는 책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
이런 것들이 삶을 변하게 한다고 믿는다.그런 변화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이 여전히 즐겁고 나를 가슴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