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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은 초등학생만 하나요??

by 슈퍼엄마

몇 년 전 어느 출판사의 서포터스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신간을 제일 먼저 받아 읽고 (그것도 공짜로), 서평을 써서 책을 홍보하는 일을 했다. 책을 읽는 것도 서평을 쓰는 것도 모두 즐거워하는 일이라 기꺼이 지원했는데 운 좋게 뽑힌 것이다. 게다가 그 출판사는 매년 책 쓰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 눈여겨보던 참이었다.


한 번은 서울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한다기에 달력에 크게 표시해 두고 그날만을 기다렸다. 책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편집자는 신의 손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멋진 영감이나 인사이트라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기회를 엿보다 편집장님께 말씀드렸다.

"사실 저도 책을 쓰고 싶어서요."

"아, 그러세요? 어떤 책을 쓰고 싶은 신대요?"

"청소년을 위한 독서교육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편집자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독서교육에 대한 관심은 초등에서 끝나죠.."

"아... 그런가요?"

"중학교 선생님이라고 하셨죠? 중등은 독서교육이 아니라 입시를 다뤄야 팔려요.

국어 선생님이시니까 아이들 입시와 관련한 독서방법에 대해 써보시는 건 어떠세요?"

"아.. 네.. 조언 감사합니다."


청소년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그걸 입시와 연결시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정말 독서교육은 초등학교에서 끝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편집자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한민국 학부모님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은 유아기에 시작서 초등학교 때 절정을 이루다 그 후에 점차 식는 것 같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입시'라는 벽을 마주하고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나올 때 받은 수많은 육아용품 관련 홍보지들 중에는 유아전집 홍보지가 반드시 들어있었다. 수십만 원 혹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전집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있던 엄마들에게 그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라는 비장한 눈빛만 엿보였다. 실제로 내가 국어교사라는 이유로 나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하냐고 적극적으로 물어오는 엄마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비싼 책도 선뜻 사줄 만큼 독서교육에 열의를 보이던 엄마들은 아이가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들이 받아오는 시험점수에 조급함을 느낀다.


독서가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시험성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보다는 더욱 즉각적인 걸 기대하는 것이다. 체중관리를 위해서는 꾸준한 식이조절과 운동이 정답인 걸 알지만 수많은 다이어트 보조제가 잘 팔리는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독서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책을 열심히 읽어주던 엄마들도 아이가 한글을 읽을 줄 알기 시작하면 '이젠 너 혼자 읽어' 라며 책 읽기를 위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과 '듣고'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짐 트렐리즈의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서는 읽는 것보다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더 높으며 그 수준이 비슷해지는 것은 중학교 2학년 무렵이라고 한다. 그러니 책을 읽을 줄 안다고 해도 아직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서서히 책에 재미를 잃어간다. 그 와중에 독서교육에 관심 있고 필요성을 아는 엄마들은 주말마다 아이와 도서관에도 가고 열심히 책을 읽히지만 이마저도 아이가 중학교에 가고부터는 쉽지 않다.


독서논술 학원도 거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어쩌다 중고등 학생이 독서논술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물어보면 입시논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읽고 감상하는 독서는 초등에서 거의 끝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중학생들과 함께 하려고 하는 독서교육은 입시 성적에 즉각적으로 도움을 주는 독서가 아니다.


나는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읽고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다. 더 나아가 수업을 통해 인생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는 가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 답은 정해져 있는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풀어가는 해답이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책이, 독서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학교에서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 수업의 기록, 청소년 독서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적어보려 한다. 팔리지 않는 글일지는 몰라도 의미가 있는 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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