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간 듯했다. 이사 준비로 바쁘다 바쁘다 했지만, 지난 화요일 실제로 이사를 하고 나니 그 전의 분주함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엄청나게 버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왜 이렇게 또 버릴 게 많은지...
짐 정리뿐 아니라 정수기, 인터넷 같은 이전 설치, 새집 하자 보수까지 더해지니 정신이 쏙 빠졌다. 그 핑계로 글쓰기도 3~4일 쉬었고, 책은 일주일 전부터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다시 새로운 한 주의 시작. 어느 정도 정리도 끝나고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침 8시 반, 아이들 등교를 시켰다. 첫째는 친구와 함께 나가고, 둘째는 손을 꼭 잡고 함께 학교에 다녀왔다.
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 방 옷 정리였다. 지난 주말, 정리수납 전문가에게 드레스룸 정리를 맡기며 배운 노하우를 오늘은 직접 아이들 옷에 적용해 봤다. 주말에 미처 버리지 못한 옷은 헌 옷 수거함에 맡기고, 치킨값(?)을 벌었다.
오전 내내 미세방충망 교체, 대형 폐기물 스티커 부착, 욕실 하자 신청, 아이 치과 예약, 정수기 제휴 카드 신청, 출판사와 메일로 업무 확인까지 하니 벌써 오후 두 시. 세상에...
그래도 아이들 하교 전까지 단 2시간이라도 '내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커피 한 잔에 냉동실에서 꺼낸 휘낭시에 하나. 카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틀자 제법 분위기가 난다. 평소엔 뜨거운 아메리카노만 마시지만, 오늘만큼은 얼음을 가득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노동의 피곤을 씻어냈다. 노동 후의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라니, 세상 행복하다.
이사 후 처음 여는 노트북. 책도 오랜만이다. 성해나 작가의 첫 소설집에서 '김일성이 죽던 해'를 펼쳤는데, 너무 재밌어서 금세 몰입했다. 집안일의 연속이던 일상에서 잠시 다른 세상에 빠져드는 기분. 정신없이 붕 떠 있던 마음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는 듯하다.
문득 달력을 보니 휴직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아마 내 인생의 마지막 육아휴직이겠지. 자잘한 일들에 치이고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크게 보면 모든 게 순리대로 흘러온 듯하다. 그래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