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이렇게 조금 잡아서 잎 쪽으로 주우욱 내리면, 봐봐 이렇게 가늘게 나오잖아. 이게 질기고 거칠어"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 엄마는 호박잎을 쪄주곤 하셨다. 다듬는 과정을 귀찮아하시면서도 이게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데 맛있다며 늘 한 번은 챙겨주셨다. 그날은 어떤 날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낮에 엄마가 호박잎을 다듬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하겠다고 옆에 앉아서 설명을 들었다.
하나 집어 들어서 주욱 뜯어내는데, 이파리 부분에서 갈라지면서 가느다랗게 여러 갈래로 나뉘는 질긴 섬유질 부분을 뜯어내는 게 재미가 좋았다. 엄마에게 이렇게 하는 게 맞아? 하고 물어보면 응 맞아, 잘하네 하고 듣는 칭찬도 좋았다. 나의 부모님은 칭찬에 매우 인색하였기 때문에.
평소 뭔가 자세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을 엄마는 귀찮아했다. 식재료 다듬는 정도는 블로그나 유튜브들이 잘 알려주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레시피다. 엄마도 어디선가 배워오거나 요리책을 보고 만들어내었던 음식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레시피를 적당히 손봐서 만들어 먹어도 되지만, 어떤 음식들은 할머니와 엄마만의 방식이라 다른 사람들의 레시피로는 절대 맛을 낼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보통 그런 음식들에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집에서도 그 맛을 내길 원하고 내 짝꿍에게도 그 맛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다행인건 결혼한 딸이 안쓰러웠는지, 결혼 후에는 몇가지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지만...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음식을 엄마는 대~충 어떻게 저떻게 하면 된다고 하여 사람 속 터지게 만들었다. 엄마 말로는 정말 그냥 대강 하면 된다, 중요한 건 좋은 재료다 뭐 그렇게 얘기하는데... 여하튼 평소에도 그런 느낌이기 때문에, 그 평소와는 조금은 다른 함께 뭔가 다듬는 시간을 좋아했었다.
찜기에 쪄낸 호박잎에 밥을 올리고 쌈장을 올려 먹으면, 그게 간단하면서도 그렇게 맛있다. 호박잎 특유의 향과 쪄내면서 머금은 물기와 여전히 거친 느낌도 있지만 자극 없이 부드러워져 씹히는 식감이 좋다. 일반 쌈채소와 먹을 때와는 다른 식감과 향이 별미였고, 그래서인지 6월 즈음이면 꼭 찾게 된다.
얼마 전 웹툰을 보는데 에피소드에서 호박잎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호박잎을 된장찌개에 넣은 음식을 주문하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 꺼끌꺼끌한 게 맛있냐고 묻는 주인공과 지금이야 그게 맛없지만 본인들에게는 추억의 음식이라는 등장인물. 이게 무슨 말이지? 싶어서 세 번은 다시 대사들을 읽어보았다. 분명하게 호박잎에 대한 이야기였다. 호박잎이 뭐 어때서! 얼마나 맛있는데!! 하며 검색해 보는데, 실제로 요즘 친구들은 안 먹는다거나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말들이 보인다. 외식이 발달하고 호박잎을 이용한 음식이 다양하지 않아 호박잎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싶다. 분명 마트에도 백화점에도 호박잎은 매 철마다 나오지만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을 테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꺼끌꺼끌하지만 쪄내면 부드러워지고, 깻잎의 독특한 향을 우리는 즐기듯이 호박잎의 구수한 향 또한 충분히 즐길만하다. 요즘은 쪄내는 방법도 간단하게 전자레인지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호박잎의 매력을 알게 되길 바라며 짧게 끄적여보았다.
다음엔 나도 된장찌개에 호박잎 넣고 끓여서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