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이게 뭐야!"
딸기는 보통 물로만 씻지만 산딸기의 경우 혹시 벌레가 있을 수도 있으니 식초물에 빠르게 씻어 내야 한다고 하여 물에 식초를 타서 씻고 있었다. 많아봐야 한 두 마리 정도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하나의 산딸기에 한 마리의 벌레가 들어있는 듯, 벌레가 잔뜩 식초물 밑에 가라앉아서 꿈틀거린다. 이전 해에 대형마트에서 산 산딸기는 벌레 하나 안 나왔는데, 퇴근길 슈퍼에서 산 산딸기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산딸기는 기본적으로 빠르고 짧게 씻는데, 이건 그럴 수가 없어서 한 번 더 식초물에 담갔다. 숨어있던 벌레가 또 나온다. 그렇게 몇 번을, 벌레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식초물에 담그고 나서야 맛볼 수 있었다.
시기상으로 봤을 때, 아마 마트에서 판매하던 산딸기는 하우스 산딸기였을 것이고, 슈퍼에서 판매하는 산딸기는 노지 산딸기였을 것이다. 잘 익은 과일이라면 뭐가 됐든 다 맛있는 내게는 어디서 구매한 산딸기가 더 맛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앞으로는 마트에서 하우스 딸기로 추정 되는 것만을 살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여기까지가 작년의 이야기. 그래서 올해는 마트에서 샀다. 200g짜리 두 팩. 욕심내어 네 팩 사려는 걸 짝꿍이 말렸다.
'우리 집 냉동실 작아... 아직 집에 오렌지랑 냉동 블루베리도 있어...'라며.
처음 산딸기를 맛보았을 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딱딱하게 씨가 씹히고, 달콤하기보다는 새콤하고, 너무 조그마해서 하나 가지고는 제대로 맛도 안 느껴지는 그런 과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맛이 나쁜 건 아니라서 하나, 둘 주워 먹다 보니 산딸기만의 그 향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달콤 새콤한 맛이 느껴지더니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산딸기에 푹 빠져버렸다.
노지 산딸기는 매우 짧게 나온다. 대략 2~3주 정도. 6월이 제철이나, 지금은 거의 4월 말부터 산딸기 소식이 들려오고 동네 마트에서는 5월 말부터 면 쉽게 볼 수 있다. 하우스 재배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과일에 비해 산딸기는 짧게 나오는 편이다. 하우스에서 재배하여 시중에 풀리는 산딸기부터 노지 수확한 산딸기까지 모두 포함하여도 경험상 두 달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다른 과일들은 보통 세 달에 걸쳐서 먹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다. 그마저도 마트 또는 슈퍼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의 내 기준에선 이 시기 내내 사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말 짧게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집에서 벌레는 더 만나고 싶지 않다.
5월 초중순의 산딸기는 마치 12월의 딸기처럼 굉장히 비싸다. 벌이가 변변찮은 나는 차마 쳐다볼 수 없는 그런 가격이다. 200g에 2만 원대. 딸기의 비쌈과는 또 다르다. 심지어 집 앞 마트에서는 이 시기에 들여오지도 않는다. 마트에서는 5월 말 즈음부터 보이는데, 나는 이때 산딸기를 구매한다. 사무실 근처 슈퍼에서는 6월에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마트에서는 이때부터 스티로폼 박스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스티로폼 박스에 가득 담겨있는 이 산딸기는 저렴하고 맛있어 보이지만 앞서 말했듯, 벌레가 매우 많았다.
그래서 여전히 산딸기는 내게 있어선 2~3주 정도로 짧게 살 수 있는 과일이다. 다른 과일에 비하면 정말이지 찰나와 같은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기다려지고, 산딸기를 먹는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더 이상 마트에서 산딸기를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쉽고 그만큼 다른 곳에서 발견하면 더없이 반갑다. 벌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반가움이 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산딸기는 블루베리와 비슷하게 곰팡이가 굉장히 쉽게 피는 과일이다. 내가 본 과일들 중 둘째라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다. 그래서 엄마는 산딸기를 사 오면 그날 또는 그다음 날까지 먹을 분량은 따로 빼놓고 나머지는 냉동고에 넣어두셨다. 그날 손질해야 곰팡이가 피지 않고, 냉동을 해놔야 좀 더 오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구매한 두 팩을 바로 씻어 한 팩은 이틀에 걸쳐 먹고, 다른 한 팩은 냉동 보관을 한다. 엄마에게 배운 것이다.
엄마가 산딸기를 사 온 날, 손질해서 내 몫으로 준 것들을 먹을 때면 항상 한 움큼 한 입에 넣어 먹곤 했다. 입안 가득 채워지는 산딸기의 과즙은 내겐 작은 행복이었다.
결혼 후에는 약간 무리하여 구매하는 산딸기를 차마 그렇게 단시간에 먹어버릴 수가 없어서 한 알씩 음미하며 먹곤 한다. 그러다가 결국 두 세알 씩 입 안에 집어넣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늘려보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냉동실에 얼려두는 한 팩은 반드시 소분한다. 20g씩 다섯 봉투 정도로 소분해 두면 1주일에 한 봉투씩, 5주가량이니 생각보다 꽤 오래 먹는다. 어차피 집에 산딸기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편하게 와구와구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딸기처럼 3~4일에 한 번씩 새로 사 와서 배 터지게 먹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겨우 두 팩 사 온 것으로 한 달을 버텨낸다는 게 아쉽다. 아쉽지만 괜찮다. 이제 6월이니까.
이젠 본격적으로 여름 과일들의 향연이 펼쳐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