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어른들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사는 건 복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하게 나뉘어 네 가지의 모습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나라는 몇 없다고. 내가 어른이 된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딘가 애매한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유독 여름이 길어지고 장마의 모양이 달라졌다. 몇 년 전부터 봄꽃들의 개화시기와 단풍시기가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다. 눈이 거의 안 오기도 하고 지나치게 길게 오기도 한다. 여전히 3월엔 새싹이 돋아나고 워터파크는 7,8월이 성수기이며 12월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봄직 하지만, 어딘가 조금씩 달라졌다.
내게 있어서 기후문제 중 가장 중요했던 이슈는 꿀벌들의 떼죽음이다.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고 했지만,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들 한다. 꿀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건 둘째 치고, 이건 과일 농사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아,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생태계의 혼란이겠지만.
대충 느낌 왔겠지만, 앞으로 이어질 글들은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환경보호는 더더욱 아니다. 나는 지구의 건강을 염려하는 일반적인 어른들과 같이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자 하고, 대중교통을 애용하기도 한다(사실은 면허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편의에 따라서는 아낌없이 쓰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지구를 파괴하기도 한다(물티슈 없이 못 살겠다).
앞으로 나올 글들은 제철의 음식을 다룬 글들이지만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며 레시피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과일에 매우 집중될 예정임을 예고하는 바이다. 정보 전달성 글은 아니고, 과일에 대한 생각들과 에피소드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따금은 과일 외의 음식에 대한 글이 나오기도 하겠다.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금요일의 출근길에 또는 점심에 아무쪼록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