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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Dec 16. 2015

중남미의 트로피칼, 벨리즈-동물원

시카고 MBA 랜덤워크 (2)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전직 영화배우라면? 재규어, 레오퍼드는 물론이거니와 원숭이들과 새 모두 말이다. 벨리즈에 딱 하나 있는 벨리즈 동물원은 동물들을 잡아 가두는 곳이 아니라, 예전에 야생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을 위해 포획되어 다시는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진 동물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기 위해 탄생되었다. 1983년 그렇게 시작한 작은 동물원은 야생에서 다치거나 밀렵꾼들에게 가족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벨리즈의 동물들이  하나하나씩 모여 한가족을 이루게 됐다.

이 동물원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는데 바로 벨리즈에 사는 현지 동물들만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동물원을 가면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 이민 온 동물들이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잘 살고자 하는 의지 없이 무기징역처럼 살아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더 이상 날지 못하는 작은 우리의 독수리나 초겨울 추위에도 어디 마땅히 들어갈 곳이 없는 아프리카의 기린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 동물원은 마치 동물들의 요양소처럼 직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각자의 이름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들 눈빛이나 몸짓이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사랑을 받고 자라면 역시 다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말이다.


특히 이 동물원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레오파드의 집이다. 우리가 레오파드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레오파드가 사람을 구경한다. 레오파드가 사는 우리 안으로 사람들이 직접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쥬라기공원의 티라노사우르스 파크와 같은 안전장치는 되어있다. 사람이 들어가고 나올 때는 레오파드를 잠시 다른 곳으로 유인을 하는데, 그 사이에 사람들은 재빨리 5~6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철조망 상자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린다. 모두 안전하게 철조망 안으로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 드디어 저 멀리서 레오파드가 나타난다.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다가 사람들을 발견하면 잽싸게 날아올라 철조망 위로 올라온다.  이때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용감한 사람이라면, 천장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시는 레오퍼드에게 이마를 내어주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이 레오파드는 이 동물원에서 유일하게 정글을 경험해보지 못한 동물이다. 레오파드 엄마가 밀렵꾼들에게 잡혔다가 극적으로 구출되었는데, 그때 바로 임신 상태였던 것이다. 동물원에 들어와 태어난 아기, 그게 바로 이 레오파드다. 그래서인지 외모는 무시무시하지만, 동물원 직원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애틋한 가족이기도 하다.

벨리즈는 전 세계에서 트로피칼 색깔의 투칸 앵무새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벨리즈에서 볼 수 있는 그림들에는 대부분 투칸이 그려져 있다. 남미 지역에는 다양한 투칸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벨리즈의 투칸은 연두색과 주황색, 빨간색이 조화를 이루며 화려함을 뽐내는 부리를 가지고 있다. 색깔이 예뻐서 사람들에게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덕에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고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도 포토존에 선 것처럼 팬서비스를 해준다.

마음이 행복해지는 동물원은 처음이었다. 항상 나에게 동물원은 불편한 곳이었다. 특히 중국 상하이의 동물원에서 높게 올려진 작은 판자 위를 두 발로 걷는 거대한 코끼리를 보았을 때는 더욱 말이다.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곳, 가끔은 동물과 사람의 역할이 바뀌기도 하는 곳, 신비로운 벨리즈의 동물원은 그런 곳이다.



벨리즈 동물원: 여행 가서까지 무슨 동물원이야,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들도 나올 때는 크게 만족하고 나왔던 곳이다. 첫째 이유로는 항상 동물원을 나올 때면 인간을 위해 저렇게 평생을 불쌍하게 갇혀 지내야 하는 동물들을 보고 나와 항상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벨리즈 동물원은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두 번째 이유로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레오파드의 집으로 놀러 가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www.belizezo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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