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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un 17. 2020

도도새를 찾아 그림책 숲으로

주말엔 숲으로 2- Thatcher Wood

우리 동네 그림책 숲이 다시 열리다 


드디어 시카고의 퍼블릭 라이브러리들이 모두 문을 열었어요. 코로나 이후로 몇 달 동안 문을 닫았던 도서관이 지난주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거죠. 한국에서라면 도서관이 사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을 테지만, 아이와 함께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도서관은 많이 고마운 존재예요. 유치원에도 가지 않는 한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하루 종일 갈 곳도 마땅치 않고, 만날 사람도 없던 그 외로웠던 시기에 그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해 준 곳이 도서관이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비슷한 또래 아기들이 모여서 선생님이랑 동화책 수업도 하고,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편에 한국어 책도 있어서 가끔 제 책도 빌려고요 그랬어요. 사실 저희 집에서 걸어서 가기엔 좀 먼 거리라 마음처럼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이 계속 그 자리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었죠.

 

이사 갈 동네에 새로 생긴 도서관


내년에 저희는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가는데 마침 작년에 그곳에 작은 퍼블릭 라이브러리가 생겼어요. 아이와 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 동네에 정을 붙이려 할 일이 없을 때 가끔 놀러 가기도 했거든요. 물론 코로나 이전에요. 앞으로 아이가 다닐 학교, 우리가 같이 갈 아이스크림 가게, 책방, 장난감 가게, 그리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도서관까지 한 바퀴 돌고 오는 게 아이와 제가 가끔 하는 나들이었죠.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여는 날, 아이와 저는 기쁜 마음으로 동네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도, 저도 그동안 보고 싶었던 그림책들도 한가득 빌렸어요. 그리고 우린 너무 재밌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죠. 바로 Hello, Mr.Dodo!


색감이 너무 이뻐서 고르게 된 책, Hello, Mr.Dodo


이 그림책은 새를 좋아하는 한 여자 아이가 우연히 숲 속에서 멸종된 도도새를 찾는다는 이야기로 시작돼요. 아이는 여름 방학 동안 그 도도새와 친구가 되고 많은 추억을 만들죠. 그리고 그 도도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도넛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요. 어느 날 아이가 도넛을 한가득 들고 숲으로 가려는데 우체부 아저씨를 마주쳤어요. "도넛을 들고 어디에 가니?"라는 아저씨의 말에 "도도새에게 주러 가요!"라고 얘기를 하죠. 실수로요. 도도새가 있다는 걸 알려지는 순간 수많은 사냥꾼들과 언론사들과 동물원들이 달려들어 도도새가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인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합니다. 이 그림책은 그렇게 자기의 실수로 세상에 알려질 위험에 처한 도도새를 구해주는 용감하고 지혜로운 아이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은 아이는 자기도 도도새를 찾기 위해서 숲으로 가야겠다고 했습니다. 색종이로 도넛을 직접 만들어서 말이죠. 그렇게 우린 도도새가 살 법한 숲을 찾아 나섰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바로 시카고에서 멀지 않은 30분 거리에 있는 Thatcher Wood. 이 곳은 시내랑 가깝기도 하고, 또 야생 사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라 초등학교 아이들의 단골 소풍 장소이기도 하다고 해요. 이 숲의 또 다른 특징은 Des Planes란 작은 강을 끼고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어요. 아마도 그래서 야생 동물들이 많이 사는 곳인 것 같아요. 우린 이 곳에서 Mr. Dodo를 찾을 수 있었을까요?



도도새 탐험대는 오늘도 진짜 숲으로!


아쉽게도, 저흰 1681년에 모리셔스에서 마지막으로 멸종되었다는 도도새를 찾을 수는 없었어요. 대신 너무 예쁘게 생긴 사슴들을 만날 수 있었죠. 숲 속을 산책하는 내내 "도도새, 어딨니? 네가 좋아하는 도넛을 갖고 왔어!"라고 도도새를 열심히 찾았던 아이는 어느 새인가 이 멸종 동물을 찾는 걸 잊어버리고 또 다른 동물을 찾아 숲 속을 깡충깡충 뛰어다녔죠. 우리가 처음 숲 탐험을 시작했을 한 달 전에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서만 건널 수 있었던 진흙 속의 커다란 통나무들도 이젠 자기 혼자 할 수 있다며 낑낑거리면서 혼자 건너보고요. 트레일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지도도 이젠 달려가서 보면서 엄마 아빠에게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될지, 얼마나 더 가야될지 알려주기도 한답니다. (물론, 아직 그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요!)



아마도 평생 살면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다섯 살 아이에게 숲은 정말 재밌는 진짜 놀이터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이번 주에도 아이를 데리고 어떤 숲으로 떠날지, 우선 도서관의 그림책 숲으로 한 번 다녀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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