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니겠지
구조조정
- 은상’s #인스타소설
난 일명 구조조정 전문가다. 쉽게 말해 정리해고 전문가란 말이다. 우리 컨설팅 그룹에서는 웹기반의 컨텐츠 회사의 구조조정을 맡았다. 다음은 직원 인터뷰 내용이다.
이 인터뷰를 기반으로 난 누구를 해고할지 결정해서 리포트를 작성한다.
1. 이○○ (카피라이터)
전 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죠. 대중의 정서에 팍 꽂히는 언어를 저만큼 잘 구사할 사람은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AI가 그림도 다 그려주고 코딩도 다 해주는데, 그런 기술자들이 필요할까요?
하지만 AI가 사람의 감정을 알지 못하죠. 저 만큼 카피를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을 자르고 제 연봉을 올려주는 게 회사가 발전하는 방향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2. 강○○ (디자이너)
AI가 디자인을 다 해준다는 건 모두 헛소리예요.
그냥 흉내만 내는 거지 그게 무슨 디자인이에요.
하다 못해 사람을 드려달라고 하면 손가락도 6개로 만들어놓는다니까요. 그런 거 일일히, 그것도 감각적으로 다 수정하고 기획하는 건 인간의 일이에요.
요즘 ChatGPT 같은 게 얼마나 카피도 잘쓰고, 코딩도 잘하는지 아세요? 저도 하겠다니까요.
그러니까 그쪽 사람을 줄이면 아마 컨설턴트님도 칭찬 받을걸요?
3. 송○○ (개발자)
저를 왜 인터뷰하러 오셨나요?
코딩이 뭐 말만 하면 뚝딱 나오는 거라고 누가 했다고요? 당장 내 앞에 데리고 와봐요.
코드가 잘못 되었으면 누가 디버그합니까?
그리고 코드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창조’라고요. 카피하고 디자인 에셋을 들고오면 그걸 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구현하는 게 개발자입니다.
여기 없어서 말하는 게 아니라,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 에셋 만드는 것도 다 저 같은 개발자가 프롬프트 잘 만들어서 할 수 있는 거라니까요.
4. 김○○ (CEO)
경영이야 말로 ART죠.
다른 일은 다 AI가 하잖아요. 그냥 다 잘라버려요. 제가 알아서 경영할 수 있어요.
주주들도 그걸 원할걸요?
이상의 인터뷰로 난 구조조정 리포트를 작성했고,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결국 이 회사는 ‘무인회사’가 되었고 주식은 상승했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 컨설팅 회사에도 AI가 도입되었다.
구조조정 전문 AI라고 한다.
난 실직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