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8. 내가 선택받지 못한 건 내 탓이다.라는 신념 부수기 (1)
이 책은 저자의 실제 삶에서 비롯된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자 합니다. 본문의 내용은 저자의 주관적 시각에 따른 해석이며, 법적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인물을 지칭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회복의 여정을 기록하고, 유사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위로와 통찰을 제공하기 위한 진솔한 성찰의 기록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나의 핵심신념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1) 상처의 대물림
(2) 양가적인 감정 안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할 때
(3) 아직도 매일 꿈속에서 살아 숨 쉬는 언니에게
(4) 나는 더 이상 내가 나인 것이 아프지 않아
이 책은 저자의 실제 삶에서 비롯된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자 합니다. 본문의 내용은 저자의 주관적 시각에 따른 해석이며, 법적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인물을 지칭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회복의 여정을 기록하고, 유사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위로와 통찰을 제공하기 위한 진솔한 성찰의 기록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나의 핵심신념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1) 상처의 대물림
어릴 때부터 나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는 얽히고설킨 장편소설 같았다. 그 소설 속의 나는 주인공이라기보다,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부서진 유리잔 같은 인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오래도록 “내가 나여서 안 된다.”는 묵직한 감정과 함께 살아왔다. 최근에야 깨달았다. 내가 나를 거부해 온 마음은 어쩌면 친부 세대에서부터 물려받은 슬픔일지 모른다는 걸. 심리학에서는 정서가 세대를 건너 3세대까지 대물림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선택받지 못한 건 전적으로 내 탓”이라는 내 오랜 믿음 역시 친부에게서 건너온 정서적 유산이었을지 모른다.
친부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외가 쪽에서 보냈다. 그의 탄생은 처음부터 어그러져 있었다. 할머니는 결혼 전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사랑의 증표로 아이가 잉태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 친부였다. 그러나 그 사랑은 이유도 모른 채 버려짐으로 끝났고, 뱃속의 아이는 사랑의 증표가 아니라 “감춰야 할 치부”가 되었다. 할머니는 약을 먹고, 계단에서 구르며 아이를 없애려 했다. 그 과정에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몸도 다쳤다. 결국 이 사실은 진외증조부에게 알려졌고, 진외증조부는 딸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서둘러 데릴사위를 들였다.
친부가 태어난 뒤 할머니는 매년 아이를 낳았다. 그러자 첫아이였던 친부의 존재가 점점 짐이 되었다. 세 살쯤 되었을 때, 할머니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친부를 개울가로 불러 깊은 물에 빠뜨렸다. 물 밖으로 나오려는 아이의 얼굴을 눌렀다는 이야기에서 친부는 늘 목 놓아 울었다. 살아남기 위해 물을 연거푸 마셔야 했던 기억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각인되었다. 오십이 넘자 그는 그 장면을 더욱 생생히 떠올렸고, 울음만큼 술을 마시며 삶을 조금씩 놓아갔다.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아이가 생존 위협을 경험할 때 뼛속까지 각인되는 메시지는 “나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는 신호다. 이런 초기 경험은 핵심 신념(core belief)으로 굳어져, 이후의 삶에서 사소한 사건조차 “역시 내 탓”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이것이 대물림의 첫 고리였다.
개울가에서 살아남은 친부는 외가에서 자랐다. 밥상도 따로 차려져 따로 먹어야 했을 만큼 눈칫밥을 먹었고,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 것이 가장 아팠다고 했다. 중학생이 될 무렵에야 부모 곁으로 돌아왔지만, 곧 도시의 친척 집으로 떠나야 했다. 학비와 생활비가 미리 전달됐고 친척은 그 돈을 이미 써버렸다. 친척은 친부가 도착하자마자 보자기 하나만 들려 내쫓았다. 그때부터 친부는 전국을 떠돌았다. 굶주리고, 비바람을 맞으며 잠들었으며, 몸 하나와 낡은 잠바 한 벌이 전부였다. 한참을 떠돌다 뒤늦게 버스 회사에 취직했고, 그제야 사람다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친부는 어머니를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 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채 자랐지만, 삶과 달리 얼굴은 지나치게 곱고 아름다웠다. 너무 고와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고 한다. 고모의 말에 따르면 동네 처녀들이 모두 친부를 좋아했으며, 상사병에 걸린 이도 있었다고 한다. 고운 얼굴 덕분에 오히려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열여덟 살의 엄마가 서른 살의 친부를 적극적으로 따라다니며 두 사람의 첫사랑이 시작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는 열두 살의 나이 차와 엄마의 빼어난 미모, 그리고 ‘예언’이 가로놓여 있었다. 친부의 유일한 친구였던 아저씨가 세월이 흐르며 신을 받아 점쟁이가 되었고, 전국에서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유명한 무당이 되었다. 그는 친부와 어머니에게 경고했다.
“저 여자와 결혼하면 3년 안에 저 여자는 죽는다.”
사랑이 깊어지자 점쟁이 아저씨는 더 과격한 예언을 내놓았다. 아직 잉태되지도 않은 아이가 부모를 해칠 운명으로 태어날 거라 했고, 그 아이는 천명을 받아 왕의 사주를 타고 태어날 거기 때문에 반드시 그 대가로 조실모(어머니를 일찍 잃고 계모의 밥을 먹는 팔자)를 할 사주로 타고날 거라고 했다. 게다가 범상치 않은 태몽까지 지니고 태어날 거라고 했다. 그 아이가 바로 나였다. 좋은 말들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완벽한 저주였다.
부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말보다 훨씬 쉽게 스며든다. 아마 그 예언은 부모의 불안을 증폭시켜 우리 가족의 삶을 어둡게 칠하는 색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내가 왕이 되었냐고? 나는 그 유명한 홈 프로텍터(백수의 근사한 말)가 되었다. 역시 점은 믿을 게 못 된다. 정말 그 점쟁이 아저씨,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시길.
아이러니하게도 그 점쟁이 아저씨는 목사님의 아들이었다. 시골 교회 목사 아들로 못 먹고 못 입던 그는, 자라서는 신을 받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점집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돈을 쌓아두고 살만큼 돈을 많이 번 데다 궁궐 같은 집에 살았다. 그런 점쟁이 아저씨의 말을 친부는 쉽게 무시하지 못했다. 매일 새벽예배에 나가던 어머니조차 그의 (내겐 불쾌한) 예언 앞에서 흔들렸다. 불길한 말은 예언적 자기 충족(self-fulfilling prophecy)과 확증편향(confirmatory bias)처럼 작동한다. 불안을 높이고, 위험 신호만 골라 보게 만든다. 한 번 믿음 체계에 들어간 문장은 현실보다 더 강력하게 삶을 조종한다. 어머니는 “정말 내가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혼인 신고서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결혼 3년 후, 어머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친부는 아이 둘을 둔 미혼부가 되었다.
나는 세 살 무렵부터 다섯 살까지 보육시설에서 지내다 친척 집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점쟁이의 예언은 저주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엄마를 죽게 만든 아이”,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 “부모조차 버린 아이”라는 보이지 않는 낙인이 내게 찍혔다. 친척들은 친부를 “짐승새끼”라 불렀고, 그 딸인 나도 짐승으로 몰았다. 나는 친부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아이로 자라야 했다. 미워해야만 그들 속에 속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친부에게 들으니, 나는 어린 시절 내내 친부를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보육시설에서도 매일같이 친부를 찾았고, 친부가 시설에 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 무릎에 앉았다. 어느 날 친부가 식당 TV에서 ‘연말연시 아이들을 도웁시다.’라는 캠페인에 나온 내 모습을 보았다며, 그때 내가 얼마나 명랑하고 적응을 잘하는 아이였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친척들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점점 어두운 아이로 자라났다.
친부가 오십을 넘기자 그는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어 했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를 찾아가 “당신이 정말 내 친부냐.”라고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200만 원만 주면 알려주겠다.”였다. 큰 상처를 입은 친부는 격렬히 다투다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 가야 했다. 그날 친부는 봉합을 마치고 전화를 걸어 울며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친부에게 해결되지 않은 출생의 질문은 정체성의 핵심을 흔들었을 것이다. 애착의 공백과 거절의 기억이 만나면, 자기 개념은 “나는 원래 선택받지 못한다.”는 신념으로 굳는다. 그 신념과 무의식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옮겨 붙는다. 내게도 친부의 신념이 완벽히 누더기처럼 달라붙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친부를 위로하고 잘해드리려 할수록 친부는 내게 화를 내며 죄책감을 전가했다. 마치 그의 친부가 그에게 했던 일을 되풀이하듯. 친부가 그럴수록 나는 “내가 나여서 이런 고통을 겪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친부를 고통에서 구원하겠다는 마음으로 구원자 콤플렉스와 공의존의 늪에 빠져 내 인생과 감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지금 돌아보면, 어쩌면 내가 ‘도와주는 사람’으로 서 있었기 때문에 친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될 기회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계속 구원하면, 상대는 오히려 자기혐오의 굴레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 나는 자기혐오로 친부와의 연결을 더욱 강화했고, 친부는 술과 타인에게 의존하며 내면을 회피했다.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애착과 사랑을 친부를 통해 채우려 하지 않았다면, 내가 했던 행동들이 결국 결핍을 메우려는 시도였다는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내 삶은 달라질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 에세이는 그런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나는 나로서 괜찮다.”는 결론에 닿으려는 작은 여정이다. 세대를 관통해 이어지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 나는 여덟 번째 주제 “내가 선택받지 못한 건 내 탓”의 근원을 더듬고, 진짜 나와 화해하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삶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꺾였다는 기억 때문에 나는 거의 모든 일을 내 잘못으로 오해했다. 누군가 칭찬해도 칭찬 속에 숨겨진 의도를 의심했고, 호의를 호의로 받지 못했다. 그 이면에는 친부 세대의 고통과 상처가 내 세대에서 반복되며 강화된 유산이 있었다.
그러니 이제 나는 내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 자신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말하고 싶다. 당신 존재를 사랑하기 위해 타인의 인정과 사랑은 필수가 아니다. 사랑은 언제나, 스스로의 내면에서 시작된다고. 나와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1. Bowlby, John, 『Attachment and Loss, Vol.1: Attachment』, Basic Books, 1969
→ 사용된 개념: 초기 애착 결핍과 생존 위협 경험이 핵심신념(core belief)으로 각인되는 과정, 애착이론
2. Bowlby, John, 『A Secure Base: Parent-Child Attachment and Healthy Human Development』, Basic Books, 1988
→ 사용된 개념: 안전기지(Secure Base)의 부재와 자기 개념의 취약성, 애착이론
3. Bowen, Murray, 『Family Therapy in Clinical Practice』, Jason Aronson, 1978
→ 사용된 개념: 세대 간 정서 전이(Emotional Transmission), 가족 정서체계의 대물림
4. van der Kolk, Bessel, 『The Body Keeps the Score: Brain, Mind, and Body in the Healing of Trauma』, Viking, 2014
→ 사용된 개념: 트라우마 기억의 신체화, 외상 경험의 각인
5. Janoff-Bulman, Ronnie, 『Shattered Assumptions』, Free Press, 1992
→ 사용된 개념: 자기 비난적 귀인, 세계·자기·타인에 대한 근본 가정 붕괴
6. Beck, Aaron T., 『Cognitive Therapy of Depression』, Guilford Press, 1979
→ 사용된 개념: 인지왜곡, 핵심신념의 지속적 강화, 확증편향
7. Winnicott, D. W., 『The Maturational Processes and the Facilitating Environment』,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1965
→ 사용된 개념: 진짜 자아 vs. 거짓 자아, 환경이 자아 성장에 미치는 영향
8. Herman, Judith, 『Trauma and Recovery』, Basic Books, 1992
→ 사용된 개념: 관계 트라우마,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 회복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