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 31. 나의 선택이 너의 행복

31. 나의 선택이 너의 행복이 되고, 나의 행복이 될 때

by 김희경 작가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개인, 단체를 지칭,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없습니다.). 인물, 장소, 관계, 시점, 상황의 일부는 가명, 합성, 변형되었으며, 식별 가능한 세부 사항은 변경되었습니다.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입니다.


저자는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의도가 없으며, 본문의 해석은 저자의 주관적 성찰임을 밝힙니다. 이 책은 유사한 경험을 지닌 독자에게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 위한 진솔한 기록입니다. 본문에는 가족 내 학대와 상실 등 트라우마를 환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실 때 스스로의 마음을 가장 우선하시고, 불편함이 느껴지면 언제든 읽기를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치유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31. 나의 선택이 너의 행복이 되고, 나의 행복이 될 때


[사진서체: 네이버나눔명조체]

[AI 네컷 만화]


생일을 맞아 외식을 하러 나갔다. 나갈까 말까 오전 내내 고민을 어찌나 많이 했던지, 거의 스무 번은 한 것 같다. 나가면 피곤할 것 같고, 나가지 않자니 생일이 아쉬울 것 같아서였다. 마침 외식을 위해 준비한 쿠폰이 있어서 마음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지난달에 남편 회사 대표님께서 남편에게 선물로 주신 쿠폰을 생일에 사용하겠다고 아껴두었었다.

마침 내가 자주 다니는 마트에 아웃백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가기 전 굿윌스토어에 들러 필요한 그릇들을 구입한 후 식당으로 향했다. 비싼 식당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물가가 높아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과 달리 여행 갈 사람은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비싼 식당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나만 없는 건가? 물론, 나도 남편 덕분에 그리 없는 사람은 아니다.

아웃백에서 잠깐 기다린 후 자리에 앉았다. 대표 메뉴들을 설명해 주시려는 직원님께 쿠폰을 바로 보여주며 쿠폰에 있는 음식 그대로 먹겠다고 했다. 그 이후 음식들이 어찌나 빨리 나오던지,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돌리기만 해서 나오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식당 내에 직원님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분들이 돌아가며 자리에 오셔서 필요한 것이 없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친절하게 물어봐 주셨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매우 감사했다. 그래서 이 식사는 단순한 외식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배려가 겹겹이 쌓인 사랑처럼 느껴졌다.

식사를 하는 내내 남편과 오늘 먹는 음식이 우리 집 15일 식량 가격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십일조, 월세, 한국장학재단, 보험, 인터넷 요금 등 집집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우리 집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그래서 식재료 구입비를 30만 원으로 설정해두었다. 그러니 147,000원짜리 생일 밥상은 엄청난 선물이었다. 감사합니다.

생일이 평일이라 생일 당일은 집에서 혼자 보냈기 때문에 남편은 꼭 함께 맛있는 걸 먹고 싶었단다. 쿠폰을 받고 나보다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머님이나 시누이 언니에게 줄까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내 선택이 남편의 경험을 빼앗는 일이 될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 선택 덕분에 남편이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나는 모든 선택에 있어 최우선으로 남편의 입장과 행복을 고려한 후 결정하고 있다. 남편을 생각한 선택이었을 뿐인데, 그 행복이 내게도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사랑이 많은 남편과 매일을 살아가며 느끼는 건, 내가 원하던 가족의 모습이 바로 오늘의 남편과 내 모습이라는 것이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로 나와 나를 포옥 안아준다. 밤새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남편의 사랑스러운 표정을 나만 보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매일 사랑을 받기 위해 백만 원을 사용한다고 한다면, 나는 매일 백만 원씩 한 달에 삼천만 원을 쓰는 사람이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행복하다. 남편이 내 가족이자 내 친구라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정말 힘들었을 때, 내일이 없다고 느껴질 때 남편은 건강하게 살아만 있어달라며 내게 온전한 쉼을 선물해 주었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신(God) 만이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가끔 내면의 불안한 내가 ‘언제까지 이 사랑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해? 정신 차려.’라고 말을 걸어오기도 하지만, 뭐 오늘 행복하면 됐잖아,라며 그 불안을 잠재운다.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때 생각하면 되니까. 그리고 꼭 미래가 나쁠 거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과거 한 친구와의 관계 때문이다. 그 친구는 대화를 나눌 때마다 내게 불안을 전가하곤 했다.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결혼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말했고, 요즘은 결혼한 사람들이 더 많이 바람을 피운다고 했다. 심지어 직장 내에서도 배우자 몰래 ‘안전한 바람’을 피우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지금 서로 사랑한다고 맹신하지 말라는 듯한 말들을 매번 반복했다. 유튜브나 기사 등을 통해 요즘 분위기를 접하긴 했지만, 통화할 때마다 이어지던 그 이야기들 덕분에 내 불안은 하늘까지 치솟았었다. 지금의 나는 그 불안을 함께 짊어지기보다, 그 불안이 누구의 것인지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는 것. 내가 더 받으려 애쓰기보다, 더 많이 주려고,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어떤 순간을 맞이하더라도 후회 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사랑을 받은 만큼 더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어릴 때부터 받았던 것은 반드시 갚아야 하고,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줘야 한다고 배웠던 왜곡된 인정 욕구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한 남편의 쉼을 위해 준비한다. 상큼한 잠을 위해 이불을 세탁하고, 수건과 옷을 깨끗이 빨아 개켜두고, 남편이 먹을 저녁을 준비한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상대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노력이 결국 내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가끔 세상은 아무리 줘도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빼앗아가기도 하지 않던가. 오늘의 내 삶 속의 나는 더 이상 더 많이 주고, 덜 받았다며 속상해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들라치면 처음부터 주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내가 됐기 때문이다. 생일상으로 남편과 마주 앉아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남편과 행복을 나눌 수 있어 참 좋았다. 오늘 내가 선택한 삶의 방향이 이제는 나의 행복을 기반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나를 충만하게 채워준 하루였다.




















수요일 연재
이전 08화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 3부 1. (2)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