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난 후 친구들끼리 답을 맞추다 보면 우는 아이가 꼭 있었다. 시험 문제를 틀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인데, 우리는 이런 단순한 실수를 인생의 실패로까지 여겨왔다. 이건 엄청난 비약이자 비극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교육을 받은 탓도 있다.
학교는 우리에게 한 문제만 틀려도 성적의 등급이 바뀌고 그 결과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며 들어갈 수 있는 회사, 더 나아가 미래에 만날 배우자까지 결정된다고 겁을 주었다. 시험에서 있을 수 있는 실수를 엄청난 실패로 포장해버리는 어른들이 정말 많았다. 그러나 실상은 정말로 시험에서 몇 문제 더 틀렸다고 인생의 쓰라린 실패가 계속 이어지진 않는다.
나는 재수를 했음에도 끄떡없었다. 수능을 두 번 봤다는 사실은 실제로 내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식품영양학과는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이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 고른 전공이었다. 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점점 더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방송반 아나운서 활동을 했던 나는 대학교 방송국 생활이 궁금해졌다. 결국 그다음 해 신입생으로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큰 좌절 없이 진로를 변경할 수 있었던 건
실패가 아닌 실수라고 생각했던 덕분이었다.
인생에서 실패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건은 많지 않다. 시험을 망친 것도 실수고, 전공을 잘못 선택한 것도 실수다. 연애만 해도 그렇다. 몇 번의 헤어짐 끝에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고 해서 과거의 연애가 실패만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엔 그 관계를 통해 더 성숙해진다. 일이 잘못되어도 실패가 아닌 실수라는 생각에 고민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씨를 잘못 뿌린 걸 알았으면 얼른 옮겨 심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