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바스타이(Bastei)
바스타이는
말을 지우고 남은 한 줄의 성서 같습니다.
바위로 문장을 세우고,
숨소리 대신 절벽을 걸어두지요.
노란 잎이 어깨에 잠시 머물다 가도
색은 오래 남지 않습니다.
햇빛이 사라지면
바위는 본래의 침묵으로 돌아옵니다.
비가 지나간 뒤
물 웅덩이에 뒤집힌 자신의 그림자를 봐도
절벽은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균형은 흔들리지 않는 쪽을 선택하니까요.
바스타이는 길을 열지 않습니다.
틈 사이로 스며든 빛이
걷는 이의 발끝을 대신 이끌어줄 뿐입니다.
엘베강 옆 작은 지붕들이
오래도록 위를 우러러보아도
바스타이는 끝내 대답하지 않습니다.
침묵이 이곳의 유일한 언어라서요.
바스타이의 숨은
마음이 먼저 알아듣는, 돌의 언어였습니다.
* 바스타이(Bastei) : 독일 작센 스위스(Sächsische Schweiz) 지역의 국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