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절된 웃음 속에서 피어난 첫 사색
※ 브런치북으로 옮기는 글
휴대폰에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려다
우연히 물방울이 튄 것을 보았다.
그 속에는 노란색 스마일 이모지가 맺혀 있었고..
사진을 찍은 건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물방울 속 스마일-이모지가 그려진 모습이
어딘가 장난스럽고 재밌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 나서 다시 들여다보니,
또다른 감정이 느껴진다.
각기 다른 크기와 위치에 맺힌 물방울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한 스마일을 품고 있었다.
어떤 건 미소가 삐뚤어져 있고,
또 어떤 건 눈이 흐릿하게 번져 있다.
그 웃음은 분명 같았으나 동시에 달랐다.
제각기 굴절된 표정들 속에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웃음들도 어쩌면
다른 감정을 지닌 또다른 웃음일수도 있겠다"
우리가 세상 속에서 보여주는 얼굴,
그건 꼭 진짜 마음을 드러낸 표정은 아닐지도 모른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기쁨 뿐만 아니라
슬픔, 분노, 초조, 불안, 무기력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그 때마다 다른
페르소나를 뒤집어 쓴 채 살아간다.
어떤 날은 억지 웃음을 짓고,
어떤 날은 슬픔을 억누르며,
무던하게 ‘괜찮은 척’ 하루를 견뎌낸다.
발견하고 사진을 찍을 때에는
그저 재미있는 장면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다시 들여다보면
그 미소는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물방울에 비춰진 이모지의 얼굴들은
마치 우리 자신이 매일 쓰고 있는 가면과도 같았다.
귀엽게 웃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때론 본인조차도 모르게
그렇게 굽어지고, 흔들리고, 흐릿해진다.
오늘 나의 얼굴엔 어떤 감정이 맺혀 있을까.
그리고 그 웃음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버티기 위한 표정이었을까.
※ 참고 : 물방울과 굴절의 원리
물방울은 단순히 맺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렌즈처럼 작동한다.
둥글게 볼록한 물방울은 볼록렌즈처럼
뒤에 있는 사물의 빛을 모아
크게, 혹은 찌그러진 모습으로 굴절시킨다.
이 굴절 현상은 물리적으로는 빛의 진행 경로가
매질의 밀도에 따라 꺾이는 현상이지만,
감정적으로는 마치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상태와도 닮아 있다.
같은 사물이라도,
마음이 맑은 날과 흐린 날의 해석은 달라진다.
스마일 이모지 하나도, 맺힌 물방울을 통과하면
웃는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거꾸로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마음을 통과해 굴절된 풍경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