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머무는 첫 보금자리
아내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하던 중,
지난날들의 사진을 들춰보았다.
그리고 찾은 두 장의 사진.
결혼 후 처음 함께 꾸린 공간.
작은 방 안에 어수선하게 쌓인 잡동사니들.
그 시절 우리는,
풍요롭진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늘 설레었다.
그저 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날의 햇살은 따스하게 느껴졌으니...
덩그러니 비어있는 거실,
창 너머로 들어오던 햇살을 바라보던 순간을 기억한다.
지금보다 훨씬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 안은 설렘과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다.
지금 우리는 다른 아파트에 살고 있다.
더 쾌적하며 수납장은 넘칠 만큼 늘어났다.
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깔끔한 환경에 살고 있지만,
이따금씩 생각이 난다.
그날, 그 낡은 방 안의 벅참과 설렘이 말이다.
삶은 변화하여 점차 발전하고 나아진다.
그러나 그 시작점의 소중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절을 발판 삼아 왔기에 지금의 풍요가 더 의미 있다.
우리는 무엇을 통해 성장하는가?
감사로 시작된 고난은, 풍요를 맞을 준비가 된다.
※ 참고 : 기억의 가치는 늘 현재에 다시 피어난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닌
현재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는 힘이 되기도 한다.
뇌과학에서 감정이 얽힌 기억은
해마(기억담당)와 편도체(감정담당)에 강하게 저장되며,
향후에 유사한 감정이나 환경에서 쉽게 재생된다.
따라서, 결혼 초의 고단하지만 감사했던 기억은
현재의 삶을 다른 각도에서 비추는 빛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