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흔적 위에서 떠오른 사색
※ 브런치북으로 옮기는 글
비 오는 밤,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하던 중
문득 시선이 멈췄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
작고 얕은 발자국들이 이어져 있었다.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이 발자국은
가까이 보이는 잔디밭에서부터
굽은 길을 따라 쭉 이어져 있었다.
누군가의 아주 작은 걸음.
그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불현듯 한 아이의,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떠올랐다.
우리는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다.
그곳은 따뜻하고 안전하며, 방향을 잡아주는 세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이어,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나만의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어린 시절,
두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처음 혼자서 걷는 순간이 있다.
이 사진 속 발자국처럼,
누군가의 발걸음은 어느새
혼자 남아 길을 만들고 있었다.
이미 굳어버린 젖은 길 위에 남은 흔적은
때론 자랑스러운 훈장이 되기도 하고,
때론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스팔트 위의 흔적처럼,
삶의 선택과 기억은 덧칠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아스팔트가 서서히 굳어지듯
흔적을 지울 수 있는 골든타임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놓치면,
흔적 위에 무언가를 덧칠할 수 있을 뿐
본래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걱정하지는 말자.
세월이 흐르면 발자국은 자연스레 옅어지고,
앞으로 찍어야 할 새로운 발자국도 아직 있으니까.
우리는 앞으로도 살아가며,
수많은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멋진 발자국을 새겨가면 된다.
옷깃을 툭툭 털어내며 읊어보자.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리고 가끔씩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를 돌아보자.
내가 걸어온 길 위에 이어진 흔적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그래도..
나, 잘 걸어왔구나.”
시선과 마음이 머무는 일상의 사색
SIMA – See · Imagine · Muse · Act
(당신의 길 위에는 어떤 흔적이 남아 있나요?)
사색의 조각들이 마음에 남았다면《일상의 사색》을 구독해 주세요.
작은 문장 하나가, 다음엔 당신의 하루를 채울지도 몰라요.
※ 참고 : 아스팔트가 깔리기까지.
아스팔트는 원유를 정제한 뒤
남은 점성 있는 찌꺼기, 즉 아스팔트 바인더에
자갈과 모래같은 골재를 섞어 만든 포장재다.
물에 잘 젖지 않고,
표면이 거칠며 점성이 높아
굳기 전까지, 젖은 표면 위에
발자국이 쉽게 찍히고 오래 남는다.
또한 다음과 같은 첨가제를 섞어
아스팔트의 성능을 보완하고 강도를 높인다.
- 탄소/칼슘 첨가제 : 산화를 억제하여 내구성을 향상시킴.
- 아민, 석회 : 골재와 바인더의 접착력을 높여 박리를 방지함.
아스팔트가 굳는 시간은..?
초기 약 2~4시간 이내에는
표면이 식고 차량 통행이 가능해진다.
완전 경화까지 수일~수주가 걸리며,
기온, 두께, 사용된 혼합물에 따라 달라진다.
이후 높은 내구성을 갖춘 도로가 완성된다.
이렇듯 젖은 아스팔트에 위에
발자국이 찍히는 시간은 짧지만,
한 번 찍힌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하루의 한 걸음이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