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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Jun 24. 2024

[ep.9] 내게 달리기 같은 평화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운동을 사랑하는 이에게 날씨는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운동은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7월도 채 되지 않은 요즘 바깥 날씨가 너무 덥다.  

이제 막 야외 달리기에 재미를 붙였는데..





이른 아침부터 뙤약볕이 거실 블라인드를 뚫고 들어오던

엊그제 아침,
아이에게 액상 철분제를 먹고 등교하라고 하니
"엄마, 이거 진짜 먹기 싫어. 쇠맛 난단 말이야!!" 하며 별안간 버럭 짜증을 낸다.
참나.
아니 그럼 철분제니까 쇠맛이 나지, 딸기맛이 나랴?
중학생으로 빙의해서 똑같이 말대꾸하려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올라오는 말을 다시 삼켰다. 냉수 한 잔 원샷.
어르고 달래 철분제를 먹여 학교를 보내고는
창문을 내다보며 관악산으로 갈까 잠시 고민했다.


'오존 주의보래요. 너무 더워서 사람도 없을 것 같고 위험하니 가지 마요.'
단톡방에 어디로 갈까요 하고 물으니 만류하는 공부친구들. 못 이기는 척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오늘의 달리기 친구는 러닝머신이다.




꽤나 오랜만에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밤에 솔솔 부는 사람을 맞으며 한강변을 달리기에 아주 딱인 날씨였으니까.
시간만 맞으면 러닝크루로 달려 나가 강변 달리기를 했다.
올 가을엔 하프마라톤을 목표로 하고 있어 거리 늘리기 연습도 해야 했기에, 달리기 고수들께 이런저런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새로 이젠 밤 달리기를 할 때조차 콧구멍 속으로 더운 공기가 훅 하고 들어오는 기온이 되어버렸다.

조심해야지. 초보 러너는 이 많다.


야외 달리기를 할 땐  다양한 페이스로 달리기를 해보았다. 초반에 빨리 달려보기도 하고, 느리게 달려보기도 하고,

거리를 채워 보기도 하고, 시간을 채워 보기도 하고.


하지만 러닝머신 위에선 좀 더 단순하게 달려보기로 한다.
10km/h의 속도로(6:00 페이스) 계속 달려보기.
1시간을 달리면 딱 10km를 달릴 수 있다.

좋아하는 여행 프로그램 한 편 틀고는 시작 버튼을 눌렀다.



조깅같이 느리게 뛰는 달리기를 잘, 많이 하라는 조언을 여기저기서 보았다.
그동안 달려놓았던 나의 몸은 6:00 페이스로도 비강호흡(코로 숨 쉬는 호흡)이 가능한 정도로는 만들어졌다. 이제 계속 뛰기만 하면 된다. 이 정도는 뛸 수 있지.


하는 마음은 30분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옅어진다.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터.
하지만 몸이 힘든 것보다 조금 더 힘든 다른 점은 바로,



지. 루. 함.


코어에 힘을 주고 다리에 리듬을 실어 계속 달리기만 하면 되지만, 이것 참 지루해서 원.
오늘은 7km만 뛰자, 하고 45분을 뛰어 7.4킬로 정도의 러닝머신 달리기를 마쳤다.


다음엔 더 재미있게 달려볼게





관악산만큼의 카타르시스를 주지는 못했지만,
철분제구름 낀 나의 마음을 달래준 러닝머신.
러너가 지루해하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돌돌돌 돌아가는 대쪽 같은 달리기 친구.
한강변보다 재미없다고 툴툴댄 거 미안.


올여름 기록적인 더위라는데,
미리 잘 좀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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