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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Jun 10. 2024

[ep.7] 우아한 근육

물밑에서 쉼 없이 발 젓는 백조처럼

2022무렵부터 꾸준하게 헬스장을 다니고 있다.

근력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나서부터는 운동하러 가는 길이 즐겁다.

이전에 나의 운동선생님은 유튜버였다.

'큰 언니'라고 불리는, 미국에 거주하는 인플루언서.

"언니는 이제 마흔넷이야~"하며 우리를 독려했다, 운동하라고.

생경하면서도 이국적인 배경에서 멋들어지게 운동하시던 큰 언니의 영상들은 코로나 시절 나를 홈트레이닝에 발담그게 해준 보물이었다.


요가 매트에 땀을 뚝뚝 흘리며 운동에 열심이었던 그때,

20kg짜리 무게조절 덤벨도 2개를 샀더랬다.

문 앞에 집어던지고 간 듯한 그 덤벨을 넣으려 들었다가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너무 무거워서.

배송기사님의 화난 표정과 몸짓이 불규칙적으로 문 앞에 내던져진 박스에 새겨져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덤벨은 나에게 작고 소중한 복근을 선물해 주었다.



집에서 TV로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을 해가던 중,

회사 정책이 바뀌어 딱 헬스장 회비만큼 지원금이 나왔다.

교대근무를 하는 직원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혜택.

이런 복지는 누려야지.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갈 무렵 동네 헬스장을 처음 등록했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해야 했던 때였지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곳에 가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헬스기구 사용법',  '초보들의 헬스장 이용순서'

이런 영상들을 보며, 유튜버를 선생님 삼아 기구들을 하나둘 섭렵해 나갔다.

PT를 받았으면 참 좋았을 테지만, 다른 운동 레슨을 받고 있던 터라 PT까지 받을 여력이 없었다.

부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하며, 최대한 바른 자세로 운동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아직까진 어려움 없이 헬스장 정복중!






운동을 하고 나서 흔히들 말하는 눈바디를 찍는 것은 나의 루틴 중 하나이다.

집에서 운동하며 만들었던 작은 복근사진을 매일 기록했던 내 폴더.


우아한 근육



배엔 숨도 못 쉬게 힘을 잔뜩 주고,

팔은 이두가 나오게 접은 다음,

오른발은 한 발자국 앞으로.

눈바디를 위한 나만의 포즈.

지금까지 이렇게 찍어온 사진이 몇백 장이다.

번에 장만 찍진 않으니까.

이렇게 배를 훤히 깐 내 사진들은 나의 운동시간과 비례하며 켜켜이 쌓여간다.


"요즘도 운동해?" 하는 친한 지인들에게

"당연하지~"하며 수줍게 갤러리의 내 폴더를 열어 보여주고는, 놀라는 반응에 어깨가 뿜뿜 하는 소소한 기쁨은 덤.


티끌모아 태산이 이런거구나





내 꿈은 60살에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라고 주변에 얘기하고는 다.

진짜 찍겠다는 것이라기보다,

그때까지도 지금처럼 이렇게 즐겁게 헬스를 하고 싶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다.

성과지향형인 내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운동을 하기 위해서

늘 마음에 새기는 나의 다짐.


무게에 연연하지 않기

다칠 정도로 운동하지 않기

기회가 되면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우기



내일 아침,

달리기 하느라 며칠 동안 못 갔던 헬스장에 가려고 한다.

<우아한 근육>에 사진 몇 장 더 채워지겠군.

근육도 조금 더 채워지겠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득근득근:)


우리 같이 운동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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