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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Jun 03. 2024

[ep.6]세계대평화를 위한 우리의 질주

달려라 MKS

16명이 모인 공부친구들의 이야기방은 매일이 '꼬꼬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보따리.

저마다의 이야기가 날마다 업데이트되는 곳.

시간은 시나브로 흐르고, 우리는 노력하며, 아이들도 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젠 이야기를 넘어 변화와 도전까지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라톤>이다.




충동적으로 신청을 한 대회였다.

공부친구 E의 '인생 첫 마라톤 도전' 소식에 무려 6명의 친구들이 너도나도 신청으로 화답했다.

<처음>이라는 글자가 주는 기분 좋은 설렘.

첫 마라톤 때 오버페이스로 대범벅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시간 덕분에 미화되어, 마지막의 짜릿한 성공경험만 기억에 남아있는 나.

도전이 친구들에게 선사해 줄 마법 같은 하루함께 하고 싶어 나도 5km로 신청했고, 

시간은 열심히 제 할 일을 하며 우리들을 오늘데려왔다.


2024 지구런 피스레이서


오늘 행사는 여의도공원 문화의 광장에서 열렸다. 컨디션 문제로 아쉽게 참가하지 못한 공부친구 R을 제외한 우리 6명은 8시가 채 안되었을 무렵 광장에 모였다. 지난밤 설렘에 잠도 설치고, 오늘 아침엔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며 소풍날 막 등교한 학생들처럼 수다를 떨었다.

첫 그룹의 달리기 시작 시각은 9시.

그동안 대회에 가면 거의 혼자 뛰며 담백하게 달리기만 하고 왔던 나는 그간 여러 대회에서 봐왔던 '부러움 목록'들을 하나씩 조용히 해나갔다.


타투로 볼과 팔에  "저 달렸어요" 인증하기

여럿이 모여 같이 체조하기

몸풀기 달리기 하기

 

행사 부스에 가서 받아온 타투붙이고, 크루런 때 어깨너머로 본 몸풀기 체조도 구령 붙여 친구들과 같이 했으며, 인근 산책로에 가 워밍업 달리기까지 3종 세트를 모두 마쳤다. (해보고 싶었습니다! 친구들 고마워요!)

난 혼자가 아니야




10km까지 뛰어보았지만 그렇다고 5km 마라톤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기록욕심까지 더해5km PB(Personal Best)를 세우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생긴 대회였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야외에서 연습을 했고, 페이스를 줄여보려 다양한 시도를 하며 연습했다.


아쉽지만 오늘 대회에서 5km는 공식기록을 측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의 달리기 메이트 '나이키런클럽' 매튜코치와 함께 뛰며 기록을 측정하는 수밖에.

5,4,3,2,1 출발!

언제 들어도 떨리는 출발신호에 맞춰 힘차게 달려 나갔다.

달려라 심바

친구들보다 조금 먼저 출발한 나는 180 bpm의 음악에 맞춰, 페이스를 얼마나 당길 수 있을까  기대반으로 달려나갔다.

보통 연습 때보다 실제 대회에서 기록이 더 잘 나오는 경우들이 많다. 대회에서 같이 달리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받는 에너지와 긴장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인파들을 피해 달리며 직감했다.

'아, 오늘 쉽지 않겠구나'

비가 올 거라던 며칠 전의 예보와 달리, 해가 내리쬐는 한강변의 달리기는 역시나 쉽지 않았다.

(네. 저 지금 밑밥 깔고 있는 겁니다.)


우리의 코스는 2.5km에서 중간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것이다.

반환점을 돌아 헉헉거리며 달리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심바아악!!" 하는 소리가 들린다.

단전에서 올라오는 우렁찬 목소리!

공부친구가 맞은편에서 뛰는 나를 보고 부르는 소리였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용케 알아봐 주었나 싶어 마음이 몽글해졌다.

응원에 힘입어 조금 더 달리고 싶었지만 참 내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5분 10초대 페이스로 뛰어야겠다고 다짐했던 10분 전의 나는 없다.

달리면 달릴수록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드는 마라톤 너란 녀석.



이제 100m 밖에 지 않았다며 팔을 저어 막판 스퍼트를 내보라는 매튜 코치의 말에 젖 먹던 힘을 쥐어짜 결승점으로 뛰어 들어왔다.

오늘의 기록은 27분 28초. 숨도 못 쉬게 힘들었지만 못내 아쉽다.

하지만 괜찮아.

이 아쉬움 나의 다음을 위한 원동력이므로.


다음엔 더 잘하고 싶다




오늘 이 마라톤을 위해서 KTX까지 타고 온 W와 N,

처음으로 쉼 없이 5km를 뛰어 완주한 H, 뛴 사람보다 더 빠르게 걸어버린 D, 이 마라톤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E, D의 품에서 같이 달린 R (멋진 플래카드를 만들어준 P 고마워요!)

여러분의 성공적인 첫 마라톤 데뷔를 너무너무 축하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도 같이 좋아하게 되니 참 행복하다. 이제 저 외롭지 않아요!


한 번도 안 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뛴 사람은 없다.

역시나 대회가 끝나자마자 몇몇 친구들은 당장 다음 대회를 검색하고 공유한다.

당연하다, 자연스러운 수순.

오늘의 이 성취감이 공부친구들을 마라톤의 세계에 입문시키는 도파민이 되어줄 거니까.


마라톤은 처음이지, 이 세계에 온 걸 환영해
센스 어쩌죠


'함께'가 갖는 힘은 위대하다.

혼자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일도, 함께라면 이렇게 해낼 수 있다.

어느 날은 서로의 채찍이 되어주고 어느 날은 서로의 당근이 되어주는 사이.


우리의 걸음이 달림이 되고

그 달림이 다시 걸음이 되는 날까지.

세계, 아니 우리의 평화를 위한 질주는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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