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바 Jul 01. 2024

[ep.10] 멘탈관리에 나쁜 운동이 있다?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

바로 그 운동이다.

골. 프.


처음 시작은 '내 나이 마흔'이었다.

'불혹의 나이에 새로 시작하는 운동 하나 가져보자!' 하고 시작한 운동.

동네 구민체육센터에 호기롭게 등록하고는, 흔히 말하는 '닭장'같은 연습장에서 나의 첫 골프가 시작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교대근무의 장점 중 하나는 내 근무주기에 따라 자유로이 쓸 수 있는 평일 낮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약간의 잠을 포기하면 꽤 자주 낮운동을 할 수 있는 좋은 work&workout balance. 덕분에 비교적 규칙적으로 연습장에 나가 골프를 배울 수 있었다.




체육센터의 프로님은 늘 연습장에 상주하고 계시면서

연습을 오는 회원들에게 돌아가며 레슨을 해주셨다.


어찌나 칭찬이 후하신지 칭찬을 듣고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이 벌게지며 연습을 했더랬다.

"어유, 교과서에 나오는 모델 자세야~"

"옛날에 봤으면 골프선수 하자고 했겠어!"

초반의 나는 그 칭찬을 곧이곧대로 믿고 내가 골프 신동인 줄 알았다.(지나서 보니 프로님들은 칭찬에 참 후하시더라)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렛미댄스 하게 한다지.

출석도장 꼬박꼬박 찍으며 연습을 해가던 어느 날..


윽!


외마디 비명이 새어 나왔다.

왼쪽 옆구리가 너무 아픈 것이 아닌가.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아픈 건지.. 좀 찾아보니 골프를 치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일이 많다고 하던데..

프로님께 이래저래 하여 옆구리가 아프다고 하니 공을 칠 수 있겠냐고 하신다.

뭐, 아주 못 칠 정도는 아니라고 하니 그러면 금이 가진 않았을 거라고. 금이 가면 눈물 나게 아파서 전혀 운동을 할 수 없을 거라나 뭐라나.

뿌리는 파스를 치-익- 시원하게 뿌리고는 또 연습에 매진한다. 나는 조금만 더 젊었으면 골프선수도 할 수 있었을 재능 많은 초보니까!




유튜브 영상 중에 한동안 꽤나 유명했었던 영상이 있다.

동생이 누나가 레슨을 받는 영상을 올렸는데, 갓 태어난 송아지 같다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 그 영상.

보자마자 그 자세가 너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웃겨서 배를 부여잡고 웃는데,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웃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


금이 갔구나..


금이 갔는지 안 갔는지 구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웃을 때 통증의 유무라는 글을 보았다.

(병원을 워낙 잘 가지 않는 나에게 제발 정형외과에 가보라고 채근해 준 김미녀에게 감사를...)

점심시간에 김미녀가 찾아준 회사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가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아주 미세하게  실금이 갔을 수도 있을 거라고 한다. 판독도 쉬이 되지 않는 약간의 금이 이렇게 큰 통증을 주다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웃음을 참아야 하는 것이었다.

세상엔 웃긴 일이 너무나 많았다.

뼈가 잘 붙어야 하니 골프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쉬어야 했다.

하루 이틀만 연습을 하지 않아도 처음 만난 사이가 되어버리는 아이인데..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자의 아닌 슬럼프가 왔고, 타의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골프를 시작한 지 햇수로 3년 차.

이제 남편과 스크린골프 내기도 하고, 아주 가끔 필드에도 나가지만 내 실력은 여전히 미천하다.

물론 예전의(갓 태어난 송아지 같은 자세였을 시절의 나) 내 실력과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어마어마하게 실력이 늘었지만 참 마음처럼 되지 않는 운동이 바로 이 골프인 것 같다.


어제 아이언이 잘 맞아서 오늘 하려고 하면 당연히 맞지 않고, 그제 제법 거리가 났던 드라이버는 오늘 처음 잡아본 것처럼 낯설다.

모름지기 지금까지 내가 한 운동들은 나의 노력이 더해지면 언제나 응당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나에게 보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골프 너란 녀석은 노노노.



밀당의 고수



나에게 골프는 밀당을 아주 잘하는 나쁜 남자 그 자체다.

사이가 좋은 날에는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 없고,

사이가 틀어진 날에는 한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그런 존재. 하지만 아마 내가 헤어지자고 하지는 못하겠지.

이 매력덩어리 같으니..



아직 수두룩하고 공을 잃어버리고 오는,

누가 누가 더 많이 치나 내기하듯 치고 오지만

친구들과 같이 필드에 나가는 시간도 너무 즐겁다.

귀해서 더 소중한.

지금보다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즐겨보고 싶다.

마성의 Mr. 골프와.

이전 09화 [ep.9] 내게 달리기 같은 평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