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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Jul 15. 2024

[번외]저는 달리기만 할게요

사랑은 은하수다방에서

남편과 나, 지인 부부.

넷이 몇 번의 예약과 취소를 거쳐 어렵게 필드에 나갔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일기 예보가 바뀌던 장마철이라 우중골프를 하겠거니 예상하고 나갔지만 우리의 걱정보다 비는 무거이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 3명의 초보골퍼들은 누가 누가 더 많이 치나 내기라도 한 듯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내 기분 마치 장마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화제가 달리기로 넘어갔다.
지인의 직장 동료가 달리기에 매료되었다는 이야기.
내심 미소가 지어졌다.
'당연하지. 얼마나 매력적인 운동인데.'

마음속으로 흐뭇해하며 이야기를 듣던 나는 이내 그 표정을 거두게 되었다.
이야기인즉슨.



그 직장동료는 쌍둥이 어린 자녀들과 한 명의 자녀를 더 키우는, 삼 남매를 육아 중인 워킹맘이라고 했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본래부터 몸이 아팠던 남편과 결혼하여 슬하에 아이들도 많이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직장생활과 다자녀 육아를 병행하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당연할 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운동이 바로 달리기였다고 했다.


"크루를 몇 개나 가입해서 지방이며 여기저기 그렇게 바쁘게 다니더라고."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입이 어려운 것도 아닌 우리 동네의 크루도 일정을 다 소화할라 치면 매일매일이 바쁘다.

하물며 여러 개라..

달리기를 참 사랑하는 분이시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 역시 지인에게 몇 달 전 "저 크루에서 달리기도 해요~"하고 자랑해 놓은 터였으므로.



그 직장동료는 달리기를 너무 사랑했고, 사람도 사랑해 버렸다.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했다고.


"네?????  유부남이랑요?"
"아니, 어린 총각이랑."


순간 내가 바람을 핀 것도 아닌데, 얼굴이 화끈 달라 올랐다.
내가 크루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우리 크루에는 그런 사람들 없어요'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크루와 불륜이라는 단어들을 연관 짓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이내 모든 종류의 운동과 바람으로 자연스레 흘러갔다. 사람과 사랑...




요즘 워낙 러닝이 붐이다.

크루에 달리기를 하러 나가보면 '여기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겠는데?'하고 속으로 생각하게 된다.

크루들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신나게 달리고 나면 아드레날린이 퐁퐁 샘솟는 게 느껴진다.


바람이라니.

내 신성한 달리기에 갑자기 불륜이 덧칠된 것만 같은

찝찝한 기분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괜스레 남편에게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라며  먼저 나서서 손사래도 친다.


타인의 사랑까지 재단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너무 사랑하는 운동, '달리기'라는 신성불가침영역은 티끌 없이 보호해주고 싶을 뿐.


저는 바람피우지 않고 달리기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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